클린턴 테러근절 해법제시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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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11 테러에 대해 배후세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미국의 책임도 거론하는 양비론적 입장을 취해온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사진)이 이번엔 '후진국에 대한 선진국의 과감한 지원'을 테러근절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클린턴은 16일 영국 BBC 방송의 강연프로그램에 출연, "선진국들은 21세기의 혜택을 전세계로 확산시켜 동반자는 늘리고 테러범들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이렇게 하려면 많은 돈이 들겠지만 전쟁보다는 훨씬 비용이 싸게 먹힌다"고 논리를 전개했다. 1년에 1백20억달러만 들이면 빈곤.질병 퇴치와 함께 테러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9.11 테러 이후 줄곧 '부국(富國)책임론' 또는 '서양 선진국 원죄론'을 펴왔다. 지난달 19일 하버드대 강연에선 "9.11과 탄저균 테러는 세계화가 진전된 세상에서 우리가 받은 혜택의 어둡고 그늘진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7일 모교인 워싱턴 조지타운대 강연에서는 과거 미국의 노예제와 인디언 정복을 테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내 보수주의 세력은 클린턴의 이같은 진보주의적 시각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테러 전쟁을 강력 지지하는 워싱턴 타임스는 지난 20일자 칼럼에서 "모든 나라에 노예제도가 있었고 군사적 정복으로 주인이 바뀐 적이 없는 나라가 없는데 마치 인류전체에 죄를 짓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미국 지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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