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군무선장비 의혹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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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8년도의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방위산업체 자격박탈을 검토했지만 이미 계약된 물자의 조달에 문제가 생길까봐 벌금을 내게 했습니다."

원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적발된 대영전자를 4천억원대의 VHF 무선장비 사업자로 지정해 의혹이 일고 있다는 본지 기사에 대한 국방부 관계자들의 이런저런 해명이다. VHF사업은 기존 음성위주의 아날로그 통신기를 디지털로 바꾸어 군 지휘통제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21세기 군통신의 핵심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이 군작전의 효율성은 물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국방부가 업체선정 당시나, 보도가 나간 후 보인 태도를 보면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 많다.

문제를 야기한 방산업체에 대해 국방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경고▶벌금▶일정기간 신규사업 참여금지▶방산업체 자격박탈 등이 있다.

47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대영전자가 받아야 할 조치는 자격박탈이나 일정기간 신규사업 참여금지였다. 이같은 점은 국방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는 벌금 조치만 받았고,공교롭게도 얼마 후 VHF사업권을 따낸 것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가 "대영전자의 통신기는 군 작전시 성능이 미달된다"는 보고서를 내 97년 말까지 사실상 중단됐다가 98년 정권이 바뀌면서 결정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개혁적인 차원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게 됐다"면서 "과거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값을 내리기 위해선 경쟁이 필요해 이 업체를 참여시켜야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깎인 액수는 고작 2백51만원으로, 단가의 2%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처럼 여러가지 의혹이 꼬리를 무는 이 사업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감사원 감사만 두번, 국방부 감사 두번, 국회 감사 등을 받았다. 투명한 상태에서 업체가 선정됐다"는 기조의 해명만 하고 있다.

물론 내부의 곤혹스러운 사정은 있겠지만'개혁적 차원의 사업 재검토'와 '솜방망이 징계'에 대해 실상을 밝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혁'일 것이다.

김민석 통일외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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