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통신] 패션 교육·장인정신이 '밀라노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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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밀라노의 도심인 ‘곤자가’(Gonzaga)가(街)6번지.6층짜리 큰 건물의 출입문에 조그만 간판이 붙어 있다.바로 세계적인 패션디자인학교 ‘마란고니’(Marangoni)다.이 건물 3층 강의실에는 제2의 아르마니 ·베르사체 ·베네통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다.

미국 ·영국 ·중국 ·한국 ·러시아 ·브라질 ·칠레 등 세계 각국에서 온 8백여명 가운데 1백20명이 한국학생이다.학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1935년 문을 연 이 학교는 기본과정 3 ∼ 4년,전문과정 1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핵심은 교과과정이다.패션디자인 ·텍스타일디자인 ·패션비지니스 ·홈컬렉션 등 10여개로 전공이 세분화 돼 있다.졸업하면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실전’교육도 이 학교를 명문으로 만든 중요한 요소다.

교장 파비오 마란고니는 “다른 학교가 개설하지 않은 다양한 전공분야가 있고,창조적인 마인드와 현장 적응력 배양에 힘을 쏟는 것이 우리학교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한다.

60명의 교수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 받고 있는 현직 디자이너들이다.한국인인 교수인 강은영(텍스타일 디자이너)씨는 “철저하게 실기 중심의 산 교육을 하는 것이 우리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보코니 ·세콜리 ·볼로냐대 ·도무스아카데미 등 다른 대부분의 디자인교육기관도 마란고니와 비슷하다.

여기에 이탈리아패션협회 등 다른 단체들의 교육프로그램도 디자이너들의 양성과 재교육에 한몫을 하고 있다.

밀라노 패션의 또 다른 힘은 제직분야다.

코모 ·비엘라 ·카르피 등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중소 섬유업체들은 대부분 역사가 1백년 이상됐고,대(代)를 이어가며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이같은 품질력 덕분에 매년 봄 ·가을 밀라노의 원단전시회에 나온 제품들이 바로 다음 계절 세계에서 유행할 원단의 트렌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밀라노지점의 박철규(43)의류팀장은 “어릴때부터 미술교육을 강조하고,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아 미적감각을 키울 수 있는 토양에 기업가들의 장인정신이 합쳐져 오늘날의 이탈리아 패션이 탄생했다”고 말했다.<끝>

밀라노=홍권삼 특파원

*** 파올라 아로지오 인터뷰

밀라노=홍권삼 특파원

*** 파올라 아로지오 인터뷰

“이탈리아 패션의 가장 큰 힘은 역시 우수한 맨파워입니다.”

이탈리아패션협회(CNMI)의 교육담당 파올라 아로지오(사진)는 “이탈리아에는 창의성이 뛰어난 훌륭한 패션디자이너들이 많다”며 “협회는 이들의 재교육과 패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58년에 설립된 이 단체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제외한 베르사체 ·페라가모 ·티에로 ·미소니 ·부라니 ·페레티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2백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로지오는 “모든 유명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영향력도 크다”고 말하고 파리 ·런던 ·뉴욕과 협정을 맺어 패션쇼 시기가 중복되지 않도록한 것을 예로 꼽았다.

그녀는 또 “연간 다섯차례 정도 협회 주최의 패션쇼를 열어 패션의류·액세서리 등을 소개하기 때문에 회원들도 만족해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재교육을 위해 유럽연합(EU)의 재정지원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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