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화장실 '응가방' 대로변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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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02 월드컵을 전후해 도심 곳곳에 선보일 무인 공중화장실인 '응가방'의 설치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대로변에 화장실을 설치하면 쉽게 눈에 띄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긍정론에 대해 아직도 화장실은 '은밀한 장소'라는 인식 때문에 이용자가 꺼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시는 월드컵 및 국제행사 때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시내 도로변에 공중화장실을 설치키로 했다. 시는 우선 중구 태평로2가 삼성생명과 종로구 종로타워(국세청) 건물 앞 보도에 설치해 다음달 말까지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동전을 넣은 뒤 제한된 시간 만큼 사용하는 1.2평 크기의 이 화장실에는 수세식 변기와 세수대.거울 등이 있다.

일정 횟수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바닥까지 세척되는 최첨단 시설로 대당 가격이 7천5백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시 관계자는 "도심 버스정류장 등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화장실이 없어 불편해 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빌딩이 문을 닫는 심야에 용변볼 곳이 없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중화장실을 도입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중화장실 설치에 대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률이 높을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회사원 박연주(29.여)씨는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을텐데 화장실에 들어갈 용기가 나겠느냐"며 "대로변보다는 골목이나 건물 한켠 등 사람들의 시선을 덜 끄는 곳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화장실이 보도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경우 노점상.가판대의 위치를 조정해야 하는 데다 거리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유발할 소지가 있어 노점상 등의 민원도 예상된다.

시는 일단 시범운영하는 화장실에 대한 시민의 반응을 살펴본 뒤 인사동.동대문시장.남대문시장 등에도 공중화장실을 설치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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