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북아 물류 중심항 '출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부산항이 관세자유지역(Customs Free Zone)으로 지정됐다.

부산시는 17일 “부산항을 동북아 물류 중심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부산시와 해양수산부가 추진해온 관세자유지역 지정이 이날 재경부 고시로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관세자유지역이 운영되며 관세자유지역에서 가공업을 할 업체 신청을 받는다.

이로써 부산항은 싱가포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 같은 세계적인 물류거점 항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

◇관세자유지역 1백58만평=17일부터 관세자유지역으로 효력을 발생하는 곳은 ▶북항 신선대 터미널 30만2천 평▶감천항 한진터미널 4만 평▶옛 제일제당 부지 4만5천 평 등 38만7천 평이다.

또 신선대터미널 뒤 ▶용당부지▶감천 선기조합부지▶대선조선 매립지 등 27만 평은 관세자유지역의 여건만 갖추면 3년 안에 관세자유 지역으로 지정된다.이 지역은 관세자유지역과 관계없는 가구제조업 공장 등이 들어서 있다.

조성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신항 배후부지 93만 평도 2013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된다.

부산시 김정수(金正洙) 항만정책과장은 “1999년 12월 관세자유지역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관세자유지역이 확정됐다”며 “북항 주변 38만 평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뒤 문제점을 보완해 최종적으로 1백58만평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한편 광양항 40여만 평도 17일부터 관세자유지역으로 확정됐다.

◇부가가치 창출 5조5천억원=1백15만 평이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돼 활성화되면 부가가치 창출액이 5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부산시와 해양수산부는 추정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3만1천 명에 이른다.

북항지역 38만7천 평에 대한 관세자유지역 지정 만으로도 환적(換積)화물이 연간 10%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돈으로 따지면 1백64억원의 부가가치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자유지역이 되면 중계무역이 활성화되고 환적화물이 늘어난다.가공 조립산업이 발전한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원목수출 업체가 부산항에 목재를 쌓아두고 가까운 일본 등에 공급할 수 있다.또 일본의 소니가 부산항에서 TV를 조립해 세계로 팔수도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길광수(吉光受) 박사는 “반도체 ·컴퓨터조립 ·영상기기 조립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가공조립산업이 활성화된다”며 “한국은 내수시장이 커 외국의 대규모 회사들이 많이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吉 박사는 “관세자유지역으로 효과를 보려면 부산항의 공간구조를 재배치하고 거대한 물류센터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며 “싱가포르나 홍콩은 배후부지가 좁아 거대한 물류업체들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있어 부산항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어떤 혜택받나=항만과 배후지역이 관세자유지역(관세법상 외국에 준하는 지역)이 되면 관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따라서 통관절차 ·관세 ·각종 세금을 면제받는다.화물의 반출 ·입과 중계 활동이 자유로워져 중계무역 ·환적화물이 늘어난다.

관세자유지역의 국제통용 명칭은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이다.

그러나 부산항의 경우 관세자유지역이 운영되더라도 당장 큰 변화는 없다.

관세자유지역을 통해 밖으로 반출되는 수입물량은 관세를 내는 등 수입품 통관절차를 밟아야 한다.또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된 구역에 배후지가 별로 없어 가공 ·중계무역 업체가 들어설 공간도 넓지 않아 이 부문 활성화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부산항 자유무역지대가 명실상부한 자유무역지대로서 기대하는 부가가치가 창출되려면 부산신항 관세자유지역이 본격 운영되는 2013년 이후라야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관세자유지역이 운영되면 관세자유지역을 거쳐가는 환적화물이나 포장을 바꾸는 등의 보수작업은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항 관세자유지역이 운영되면 무엇보다 부산항도 자유무역지대라를 홍보효과와 함께 부산항을 거쳐가는 환적화물이 크게 늘어나는 등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부산시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21일 시청 동백홀에서 ‘부산항 관세자유지역 지정 기념행사’를 연다.

글=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