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준혁 삼성행, 옷 맞출 일만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최고 타자의 자존심을 지켜달라."(양준혁)

"성적이 나쁘면 연봉을 삭감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삼성 김재하 단장)

신경전은 치열했다.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양준혁(32)이 17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 라이온즈 사무실에 들어섰다. 1998년 삼성을 떠난 뒤 3년 만에 친정(?)을 찾은 양선수의 표정은 밝았다. 프런트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곤 "고향에 온 느낌"이라며 편안해 했다.

양선수는 "김응룡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자칫하면 미아로 떠돌지도 모를 처지였다. 김감독 덕분에 삼성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래서 이날 전격적으로 계약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수십억원대의 돈이 오가는 계약이 그리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1시간30분 동안의 협상 끝에 나온 결론은 '양준혁이 삼성 유니폼을 입는다'는 데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는 정도다.

삼성 구단이나 양선수 모두 재계약금 10억원,계약기간 4년에는 합의했으나 연봉과 옵션은 의견이 달랐다. 양선수는 연봉 4억원에 플러스 옵션 2억원을 요구한데 반해 삼성측은 연봉 3억원에 마이너스 옵션 4억원을 주장했다.

계약금과 연봉만을 따지면 4억원(양준혁 26억원,삼성 22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쉽게 합의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옵션까지 고려하면 최대 10억원(양준혁 28억원, 삼성 18억원)까지 간극이 벌어져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협상 판이 깨지진 않을 듯싶다. 협상에서 초점은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관례가 될 '마이너스 옵션제'를 도입하느냐 여부였다.

삼성 김재하 단장은 "이제껏 삼성으로 온 4명의 FA선수를 몽땅 타구단으로 이적시켰다. 구단으로선 FA선수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마이너스 옵션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말했고 양선수도 "마이너스 옵션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문제는 기준과 액수"라며 삼성측과 큰 줄기엔 동감하는 자세를 보였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