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콤, 미 무전기 시장 뚫는데 'KOTRA' 큰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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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KOTRA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무전기 제조업체인 제이콤 김종오 사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어(P사)와 생활 무전기(일명 워키토키) 4종 90만대(2천50만달러.약 2백60억원어치)의 수출계약을 확정짓고는 함께 간 백윤종 연구소장을 얼싸안았다. 내년 3월부터 선적할 이번 물량은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2백41억원)을 넘어서는 규모.

金사장은 "첨단 기술력으로 중국.홍콩 등의 저가공세를 물리치고 계약을 따내 앞으로 추가 수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큰 계약이 앉아서 이뤄진 것은 물론 아니다. 특히 KOTRA 샌프란시스코 무역관이 제이콤의 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상담은 제이콤 오규식 수출담당팀장이 지난 6월 KOTRA 홈페이지에서 '미국 바이어, 무전기 1천만달러 수입 희망'이라는 보고서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吳팀장은 "바이어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투자기관인 KOTRA가 상담을 맡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이콤의 요청을 받은 샌프란시스코 무역관은 이후 바이어와의 상담을 30차례 이상 대행했다.

바이어는 결국 공장 실사를 위해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했다. 이때 제이콤의 높은 기술력과 노사 협조 분위기가 바이어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바이어의 공장 방문에 맞춰 공장 가동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직원이 토요일 오후 휴무를 반납했다.

연구소 기술진은 외국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고급 기종에다 자동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첨단기능을 갖춘 제품을 보여줬다. 결국 당초 상담 금액의 두배가 넘는 2천50만달러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샌프란시스코무역관 이정순 과장은 "3백쪽 분량의 자료를 만들어 바이어에게 주는 등 일은 힘들었지만 계약이 성사돼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1998년 설립한 제이콤의 직원은 87명. 이 중 연구인력이 36명이며 매년 연구개발비로 12억~15억원을 쓴다. 주력품인 GPS 탑재 무전기는 기존 생활용 무전기에 GPS 기능을 결합해 통화하면서 상대방의 위치까지 알 수 있는 첨단제품이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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