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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앞두고 '작은 온정' 행렬 이어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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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말을 앞두고 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단체 등에 대한 대기업들의 기부.후원금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가운데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들의 이웃돕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자그마한 온정'들이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소속 환경미화원 4명은 지난 15일 휴경농지에서 자신들이 가꾼 배추 1천포기와 고추 60근을 면사무소에 기증했다.

환경미화원 이임영(49)씨는 "우리보다 더 어렵게 사는 관내 이웃들이 김치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여성단체협의회에서는 이 채소로 김장을 담가 17일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에 사는 백승만(58)씨는 연말이면 불우이웃들에게 사랑의 쌀을 배달한다.

올해가 5년째로 해마다 1천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간다. 40여년간 건축.토목일을 해온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IMF를 겪으면서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보도를 보고부터다.

白씨는 "추운 날씨에 배까지 곯는 어린이가 있어선 곤란하다"며 "수입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모아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1안경점 대전체인연합회(회장 임무철)'와 대전시내 동사무소 사회복지사 모임인 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원들은 올 겨울 불우이웃을 상대로 안경 맞춰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전시내 8백여명의 ▶기초생활수급자▶소년.소녀 가장▶독거노인▶저소득실직자에게 안경(3천2백만원 상당)을 무료로 맞춰주기로 했다.

사회복지사들이 안경지급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동사무소를 통해 희망자도 접수한다.

대전시내 12곳의 1001안경점 지점에서 내년 초 이들에게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게 된다.

임무철 회장은 "어려운 이웃들이 세상을 환하게 보고 삶의 의욕을 찾도록 해주기 위해 이 사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042-256-1348).

대전 둔산경찰서 진잠파출소 소속 황인호(黃仁虎.34)경장은 지난 11일 서울 K병원에 입원 중인 洪모(14)군에게 자신의 골수를 나눠줬다. 洪군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증세로 수술이 늦어질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黃경장은 지난해 2월 가톨릭 조혈모세포 은행에 골수 제공을 약속했었다. 그러던 중 洪군과 유전자 조직이 일치해 골수를 기증하게 된 것이다.

그는 백혈병을 앓던 아들(8)이 4년 전 골수를 기증받아 생명을 구하게 되자 골수기증을 결심했다. 黃경장은 "나의 작은 희생으로 고귀한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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