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속뜻 읽기] 7.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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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에서 우리나라 보신탕문화를 비난하는 등 개 식용문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적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타문화를 야만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문화적 무식행위가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실정이다.

우리 민족이 개를 단지 식용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주인을 구한 충견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은 물론, 개에게도 삼강오륜(三綱五倫)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개가 개다운 삶을 유지하는 기간은 10년으로 잡았다. 견불십년(犬不十年)이라는 말처럼 10년 이상 키우면 요물로 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개에 대한 문화적인 이해 방식은 민족마다 차이가 난다. 개고기 식용문화는 실상 한국만 수용한 것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문화 속에 개를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이렇게 해야 개를 식용대상으로만 부각하려는 서구문화의 우월주의에 대응할 수 있다.

우리가 개를 식용으로 해온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약용이며, 둘째는 식용이다. 개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살펴보면 그렇게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한여름에 허약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보신탕은 여름의 계절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그것이 사철탕으로 다른 명칭을 갖게 된 것은 88올림픽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민족은 개를 자신들의 가족처럼 여겨왔다.

개에게도 삼강오륜과 같은 윤리가 있다고 한 것이 좋은 예에 해당한다.

강원도 양양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개의 오륜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먼저 주인을 보고 짖지 않아 군신유의(君臣有義)의 정리가 있다고 보았다. 새끼는 어미를 깨물지 않아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 했고, 새끼를 배었을 때 부부가 겸양할줄 알아 부부유별(夫婦有別)한다고 간주했다. 작은 개 큰 개를 범하지 않아 장유유서(長幼有序)라 여겼으며 한 개가 짖으면 모든 개가 호응한다 하여 붕우유신(朋友有信)한다고 생각했다.

개가 실제로 그런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개들도 사람처럼 나름대로의 윤리를 갖고 있는 동물로 생각한 것은 분명하다. 즉 개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같이 생각하거나 행동한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개를 10년 이상 키우면 사람의 정기를 받아 요물로 변할 수 있다고 예사람들은 믿었다. 고양이가 요물이 되는 기간이 3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고양이보다 개를 더욱 친근한 동물로 이해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우리 민족은 개를 자신의 가족인양 생각했다.

집을 지켜주면서 주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충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 자리하고 있는 개무덤과 전설들은 개가 사람보다도 더 믿을 만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속이고 괴롭히지만, 개는 오로지 충성만을 보여준다고 하는 인식이 오래 전에 형성됐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개고기만을 문제의 쟁점으로 삼고 있다.

개의 도살 방법과 유통상의 위생 문제는 물론 개선해야 한다.

이제 그들보다도 우리가 더욱 개를 친근한 존재처럼 생각했으며, 사람처럼 윤리를 지닌 동물로 여겼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개를 단지 애완용으로만 키운 서구인들에 비해 개 문화에 관해서는 우리가 더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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