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위칭데이 잘 넘겼는데…후폭풍이 더 매섭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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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3일의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더블위칭데이)은 무사히 넘겼지만 정작 하루 뒤인 14일에 그 후유증이 나타났다. 이날 하루 동안 프로그램 매물(순매도)이 1천2백76억원어치나 쏟아져 종합주가지수는 1.68% 떨어졌다.

삼성증권의 전상필 수석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하락하고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14일 선물지수가 3% 이상 급락하자 기관들이 현물을 팔고 지수선물을 사들이는 차익거래에 나섰다"며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밑도는 백워데이션이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도로 당분간 증시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블위칭데이의 충격파가 다음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더블위칭데이에 풀린 차익거래잔고는 4천1백32억원이었고 나머지 6천억원어치의 차익거래 잔고는 내년 3월물로 이월(롤 오버)됐다.

이에 따라 14일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자 이월된 차익거래 잔고 중 1천2백67억원어치가 갑자기 프로그램 매물로 쏟아져 나와 지수를 끌어내린 것이다.

역대 더블위칭데이를 전후한 주가 움직임을 살펴봐도 만기일 당일보다 그 다음주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교보증권은 이에 대해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의 주가 급변동을 체험한 기관과 외국인들이 점차 프로그램 청산물량을 만기일 다음주까지 분산시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998년 12월의 경우 더블위칭데이 당일엔 주가가 7% 이상 올랐지만 그 다음주는 5.46% 떨어졌다. 대세 상승기였던 99년에도 네번의 더블위칭데이 당일에는 주가가 모두 올랐지만 그 다음주에 주가가 빠진 경우가 세번에 달했고 주가가 오른 경우는 한차례에 불과했다. 대세 하락기였던 지난해와 올해는 일곱차례 더블위칭데이 때마다 그 다음주에는 어김없이 주가가 떨어졌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연말이면 외국인 펀드 매니저들이 휴가를 떠나 선물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이월된 6천억원어치의 차익거래 잔고가 내년 3월의 만기일까지 기다리기보다 선물지수가 흔들릴 때마다 프로그램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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