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2.3%, 민주당 김민석 후보가 43.0%를 득표했다. 이때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의 득표율 평균은 한나라당 52.9%, 민주당 41.0%였다. 선거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선 선택해야 할 후보가 여러 명인데 반해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정보는 유권자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당만 보고 찍는 현상에서 비롯된 게 줄투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다른 양상이 나올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17~20일 서울·경기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7곳을 샘플로 골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초단체장 지지율과 광역단체장 지지율에는 큰 차이가 났다. 서울 용산구에서 한나라당 지용훈 후보(31.1%)와 민주당 성장현 후보(28.7%)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걸로 나타났다. 그러나 용산구 광역단체장 지지율에선 오세훈 후보(51.3%)가 한명숙 후보(26.8%)를 크게 앞섰다. 경기 수원시에서도 시장 출마자인 한나라당 심재인 후보(26.9%)와 민주당 염태영 후보(23.4%)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걸로 나왔으나 수원 지역의 경기지사 지지율에선 큰 차이가 났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46.2%,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30.7%였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 현직 기초단체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여표가 갈라진 탓도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대엽 시장이 11.1%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게 그 한 예다.
하지만 이런 사례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의 현직 구청장인 이호조 후보(30.8%)가 재공천을 받았지만 민주당 고재득 후보(31.1%)에게 오차범위 내에서지만 밀리는 걸로 조사됐다. 이 지역에서 오세훈 후보는 한명숙 후보를 15.3%포인트나 앞서는 걸로 나타났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아직도 중앙 정치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 같지만, 기초단체장에 대해선 ‘무조건 당만 보지 말고 공약이나 업적을 따져보고 찍자’는 생각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에서 야 4당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8번)와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2번)의 기호가 다른 것도 ‘줄투표’ 현상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걸로 보인다.
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