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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 2-2-2-2 …‘무조건 줄투표’ 이번엔 깨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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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지방선거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은 61.1%,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는 27.3%였다. 당시 서울시의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의 득표율 평균은 58.4%, 열린우리당 구청장 후보들은 24.9%로 양당의 시장 후보 득표율과 엇비슷했다. 시장 투표지에 1번(혹은 2번)을 찍은 유권자는 대개 구청장 투표 때도 1번(혹은 2번)을 찍었다는 얘기다. 흔히 ‘줄투표’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은 과거 지방선거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돼 왔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2.3%, 민주당 김민석 후보가 43.0%를 득표했다. 이때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의 득표율 평균은 한나라당 52.9%, 민주당 41.0%였다. 선거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선 선택해야 할 후보가 여러 명인데 반해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정보는 유권자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당만 보고 찍는 현상에서 비롯된 게 줄투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다른 양상이 나올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17~20일 서울·경기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7곳을 샘플로 골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초단체장 지지율과 광역단체장 지지율에는 큰 차이가 났다. 서울 용산구에서 한나라당 지용훈 후보(31.1%)와 민주당 성장현 후보(28.7%)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걸로 나타났다. 그러나 용산구 광역단체장 지지율에선 오세훈 후보(51.3%)가 한명숙 후보(26.8%)를 크게 앞섰다. 경기 수원시에서도 시장 출마자인 한나라당 심재인 후보(26.9%)와 민주당 염태영 후보(23.4%)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걸로 나왔으나 수원 지역의 경기지사 지지율에선 큰 차이가 났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46.2%,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30.7%였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 현직 기초단체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여표가 갈라진 탓도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대엽 시장이 11.1%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게 그 한 예다.

하지만 이런 사례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의 현직 구청장인 이호조 후보(30.8%)가 재공천을 받았지만 민주당 고재득 후보(31.1%)에게 오차범위 내에서지만 밀리는 걸로 조사됐다. 이 지역에서 오세훈 후보는 한명숙 후보를 15.3%포인트나 앞서는 걸로 나타났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아직도 중앙 정치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 같지만, 기초단체장에 대해선 ‘무조건 당만 보지 말고 공약이나 업적을 따져보고 찍자’는 생각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에서 야 4당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8번)와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2번)의 기호가 다른 것도 ‘줄투표’ 현상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걸로 보인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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