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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윤씨, 태국 태씨, 몽골 김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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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성(姓)과 본(本)을 새로 만들어 등록하는 창성창본(創姓創本)이 크게 늘고 있다.

23일 법원행정처 사법등기국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얻은 뒤 성과 본을 창시한 귀화 외국인은 지난해 4884명이었다. 2006년 1523명, 2007년 1927명, 2008년 281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14일 현재까지 새로운 성과 본을 등록한 외국인도 2405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희귀 성씨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몽골 김씨, 산동 우씨, 대마도 윤씨, 길림 사씨, 봉황 신씨, 청도 후씨 등이 새로운 성·본으로 등록됐고 지난해에는 태국 태씨까지 생겼다.

이처럼 주로 나라 이름이나 지명을 본(本)으로 쓰는 것은 귀화자들이 한국식 성을 따르면서도 자신의 출신 지역을 남기고 싶어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가정법원 김윤정 공보판사는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귀화자는 예외적으로 본적 없이 성씨만 창설해서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출신 지역을 후대에 알려주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1986년 귀화한 이참(56·본명 베른하르트 크반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독일 이씨’라고 지었다.

방송인이자 미국 변호사인 하일(본명 로버트 할리)씨처럼 국내 정착지의 지명을 본으로 쓴 경우도 적지 않다. 97년 한국 국적을 얻은 그는 ‘영도 하씨’를 창설했다. 청소년 축구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신의손(50·본명 발레리 사리체프)씨는 2000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공을 잘 막는다’며 붙여진 별명을 그대로 이름으로 썼다. 그는 당시 소속팀 안양LG(현 FC서울)의 연습구장이 있는 구리를 본관으로 삼아 ‘구리 신씨’의 시조가 됐다. 러시아 출신 축구선수 이성남(33·본명 데니스 라티노프)씨도 당시 활약하던 구단인 성남 일화의 연고지를 따서 2003년 ‘성남 이씨’를 창설했다. 프랑스에서 귀화한 방송인 이다도시(41·여)의 경우 본 없이 성만 ‘도시’씨로 등록했다. 하지만 자녀에게 자신의 성을 따르게 하지 않아 국내에 도시씨는 그녀가 유일하다.

대법원은 “최근의 창성창본 급증은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본격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은 49개국 2만5044명으로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많았다. 이들 중 20%는 귀화할 때 본래 이름을 버리고 한국식 이름을 등록하면서 성·본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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