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더 뮤지컬 어워즈’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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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을 2주일 앞두고 ‘경합 치열’ ‘선택 고민’ 같은 문구, 참 식상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올해 ‘더 뮤지컬 어워즈’(중앙일보·한국뮤지컬협회 공동 주최)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부문이 그러니. 후보만도 다섯 개다. 다른 작품상 부문, 예를 들어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과 베스트 리바이벌상의 후보가 세 개뿐인 것과도 대조된다. 관객도 많이 들었고, 화제도 적지 않았다. 완성도·현지화(한국화)에서도 합격점을 줄만한 작품들이다. ‘BC Loun.G’와 함께하는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올 최대 격전지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부문의 후보작을 살펴본다.

최민우 기자

요즘 여성들의 욕망 세밀히 포착한 센스

금발이 너무해
금발 머리를 가진 여성은 멍청하다는 편견, 서양엔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금발 머리는, 염색을 하지 않고는 사실 없지 않은가.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의 성공 여부는 낯선 서양의 ‘금발’을 어떻게 한국화하느냐에 달려있었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게 ‘예쁜 여자’였다. 예쁘고 몸매 좋은 여성은 치장하는 데만 열중해 머리는 비어 있다라는 편견을 통쾌하게 무너뜨린다.

‘굽히고 튕겨’ 같이 입에 착착 감기는 노랫말도 인상적이었다. 공연 도중 무대 세트가 떨어지는 사고로 한때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금발이 너무해’는 달라진 현대 여성의 욕망과 위상을 세밀히 포착해낸 센스가 돋보였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김지우와 이하늬는 각각 여우주연상· 신인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빛나는 시아준수 연기에 실력파 배우들 열기 더해

모차르트 !
시아준수에 의한, 시아준수를 위한 뮤지컬로만 안다면 오해다. 작품 자체로도 빼어난 완결성을 보였다. 우선 음악.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선사하는 선율은 무게감과 아련함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등은 중독성이 강한 편이다.

화려한 의상과 다이내믹한 무대 전환은 눈을 즐겁게 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처럼 살리에르와의 숙명적인 대결을 원했던 관객이라면, 모차르트의 내면에만 집착하는 스토리에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영숙·정선아·서범석·윤형렬 등으로 짜인,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은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이다. 아이돌 스타가 뮤지컬에 진출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성에 눈 떠가는 10대들 뜨거운 음악으로 버무려 

스프링 어웨이크닝
올 시즌 최고 문제작이다. 세트 전환 없는 단출한 무대와 올터너티브록으로 무장된 음악은 신선했다. 연기를 하다 노래를 하는 순간, 마이크를 뽑아 들면 공연장은 삽시간에 콘서트홀처럼 뜨겁게 달아오른다.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아직 성(性)에 눈 뜨지 않은 10대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적나라한 섹스 장면이 연출되고, 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동도 묘사된다. 10대의 방황과 절망, 고통과 저항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2007년 토니상 7개 부문을 휩쓸었다. 화제가 한국 공연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 하지만 뮤지컬의 외연을 넓혔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배우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곱씹어 볼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 디테일의 힘으로 극복

웨딩 싱어
각자 애인이 있는 남녀가 결혼 준비로 만나 옥신각신하다 정이 들어 결국엔 둘이 결합한다는 스토리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이야기 아니던가.

‘웨딩 싱어’의 미덕은 이런 뻔함을 식상하지 않게, 아니 깔끔하면서도 감미롭고 안정감 있게 포장한 실력이다.

무리 없는 드라마 전개가 가능했던 건, 디테일 덕분이다. 맘이 가는 순간의 가느다란 떨림은 눈빛으로, 오해가 일어날 때의 안타까움은 억지가 아닌 그럴듯한 사건 배치로 딱딱 맞아 떨어지게 만들었다. 관객으로선 손을 꼭 쥐었다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는 일. 뮤지컬 하면 떠올리는 폼나는 열창은 없지만, 대화하듯 가볍게 치고 빠지며 드라마 안에 녹아든 노래는 뮤지컬 음악의 세련미를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다.

재즈·스윙·자이브 … 무대 가득한 춤의 노래

컨택트
노래가 없다. 대사도 거의 없다. 대신 엄청 춤만 춰댄다. 그런데 얘기가 된다고? 이런 희한한 조합으로 무장된 게 ‘컨택트’다. 신개념 뮤지컬이라고 해야 할까.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은 1막에선 귀족 여성의 은밀한 일탈을 그리더니, 2막에선 결혼한 여성의 숨겨진 욕망을 코믹하게 버무린다. 하이라이트는 3막.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인 마이클 와일리의 고독과 상실감을 엉뚱하게도 클럽안으로 끌어들인다. 현실은 판타지로 전환돼 육감적인 노란 드레스 여인이 등장하고 그녀와의 춤은 재즈·스윙·자이브 등을 넘나든다. 그리고 마지막 극적 반전까지. 흥겨움과 번뜩임이 공존한다.

2000년 토니상 4개 부문을 받았다. 한국 공연에선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의 춤 솜씨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BC Loun.G 남녀 인기상’ 팬 투표로 뽑아주세요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는 뮤지컬 애호가들과 함께합니다. ‘BC Loun.G 남녀 인기상’은 100% 팬 투표로 결정됩니다. BC Loun.G 홈페이지(http://loung.bccard.com)에 오셔서 ‘나만의 스타’에게 한 표를 행사해 보세요. 투표하신 분 중 300분(1인2매)을 추첨해 시상식에 초대합니다. 투표 마감은 6월 2일입니다.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는 6월 7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시상식·공연 현장은 케이블·위성 채널 Mnet·KMTV·QTV 3곳에서 같은 날 밤 10시부터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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