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천안함과 강대국 그리고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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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천안함 공식발표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놀랍게도 야후 등 외국 주요 웹포털의 국제뉴스 부문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에 선정되어 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신들의 관심은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였다. 대부분 중국이 국제문제에서 '책임지는 이해상관국' (responsible stakeholder)답게 북한을 감싸고돌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중국은 이런 국제적 관심이 무척 부담스러웠을게 당연하다. 알고지내는 한 젊은 공산당원 간부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서 요구가 너무 크다. 한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북한이 중국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전략적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다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한국은 우리로 하여금 한국과 북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그는 작심한듯 한마디 더했다. "그리고 이 문제 결국은 너희 남북한 형제들간의 문제인데, 왜 우리를 곤란하게 하냐?"

나는 "아 그거야 중국이 큰 형(大哥)이니까 그렇지"라고 응수했다. 그 말이 과히 싫지는 않았나보다. 그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우린 다시 잔을 기울였다.

미국의 분위기도 궁금하여 CNN에 자주 출연하여 북한문제에 코멘트를 하는 미국에 있는 고든 창 (章家敦)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에게 연락해보았다. 그로부터 아주 기대치 않았던 얘기를 들었다. 중국 걱정을 하기 전에 먼저 미국 걱정부터 하라고 했다.

미국이 천안함문제에 있어 과연 '흔들리지 않고' 한국을 안보리까지 계속 지지할 것인가를 확실히 보장받아 놓아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이게 무슨 한밤중의 홍두깨인가 싶어 설명을 구했더니, 지금 미국이 외교문제에 있어 북한문제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이란핵문제에 있어 중국의 안보리 지지를 받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안보리 회부 문제에 있어서 역시 중국에게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둘 다 천안함문제가 6자회담 재개에 장기간동안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또한 미국은 막대한 미국재무부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사실상 미국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의 '환심'을 사고 싶은 현실적 이유도 있다. 그래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쳐놓고는 심의를 연기시켜 버렸다. 중국에 빚지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눈치를 보게 되는 국제정치 체스게임의 현실이다.

공교롭게 5월20일자 뉴욕타임스를 살폈더니 마침 '이란과 유엔안보리'란 제목이 붙은 사설에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안보리 결의안에 오랫도안 비협조적이었던 중국이 찬성한 것을 축하하면서, 중국이 별안간 마음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괄호 속에 집어놓고 물음표를 턱 쳐놨다.

갑자기 고든 창의 말이 생각나면서 머리에 현기증이 느껴졌다. 고든 창의 생각이 맞다면, 티격태격하는 동생들은 요즘 '큰 형(大哥)'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알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자유기고가=써니 리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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