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최종길교수 타살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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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숨진 최종길(崔鍾吉) 서울대 교수가 타살 됐다는 사실을 당시 미국도 알고 있었음이 밝혀져 의문사진상규명위가 미 국무부에 관련 기록의 공개를 요청키로 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 관계자는 13일 "미 대사관 정보책임자였던 도널드 그레그(사진) 전 주한 미 대사가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내용의 e-메일을 최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그레그 전 대사는 위원회가 보낸 崔교수 관련 질의에 대한 e-메일 답변에서 "한국 중앙정보부가 崔교수를 고문을 통해 죽이거나 고문을 피해 창밖으로 뛰어내리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박종규(朴鐘圭)대통령 경호실장을 찾아가 항의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레그 전 대사는 또 "당시 崔교수의 죽음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지만 현재 관련 기록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고 위원회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미 국무부 콜린 파월 장관 앞으로 당시 미CIA 한국지부와 미 대사관의 정보보고 등 관련 문서를 공개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내기로 하고 외교통상부와 협의 중이다.

한편 崔교수의 동생 종선(54.미국 거주)씨는 지난 3월 펴낸 책 『산자여 말하라』에서 그레그 전 대사가 사건 당시 朴경호실장에게 "崔교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데 그것은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위원회측은 "올해로 미 정부의 비밀문서 보존시한인 30년이 가까워져 미 국무부가 관련 문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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