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택곤씨 출두…신광옥 차관 소환 빨라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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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신광옥(辛光玉)법무부 차관에게 진승현(陳承鉉)씨가 준 현금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최택곤(崔澤坤)씨가 13일 검찰에 출두함에 따라 辛차관의 수뢰 혐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辛차관의 수뢰 혐의를 밝혀낼 다른 방법도 있지만 돈 심부름을 한 崔씨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수사가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 물증 들이대며 추궁=검찰은 崔씨가 출두하자마자 陳씨에게서 구명 로비 자금을 받았는지, 이를 辛차관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건넸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崔씨가 陳씨에게서 받은 돈의 총액을 밝혀내는 것이 辛차관의 수뢰 혐의에 대한 수사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崔씨가 辛차관에게 돈을 준 것은 물론 陳씨에게서 로비 자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수사가 쉽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 과정에서 陳씨의 진술 내용과 당시 상황 등 물증을 제시하면 崔씨가 그같은 주장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 관계자도 "崔씨가 辛차관의 수뢰 혐의를 밝히는 데 중요한 참고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정적 인물은 아니다"고 말해 검찰이 辛차관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증거나 진술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미 崔씨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적에서 상당액의 陳씨 돈이 崔씨측에 흘러들어갔고, 辛차관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시점에 뭉칫돈이 현찰로 빠져나간 흔적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辛차관 소환 빨라질 듯=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수사에서 辛차관이 崔씨를 통해 陳씨의 돈을 받았음을 뒷받침하는 여러가지 상황이 포착됐기 때문에 崔씨 출두는 곧 辛차관 소환 조사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辛차관이 陳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에 문의전화를 했고▶陳씨에게 특정 변호사를 추천하는 등 사법처리를 앞둔 陳씨를 도와준 흔적을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15일께 崔씨를 사법처리한 뒤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辛차관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辛차관은 주말께 법무부 차관직을 자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 정.관계 고위 인사로 수사 확대될 듯=陳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辛차관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崔씨가 오랫동안 당료 생활을 하며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해 온데다 청와대 고위층의 인척들과 어울려 다닌 적이 있어 사건의 파장이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崔씨 조사 결과는 앞으로 정치권 실세들을 겨냥한 '칼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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