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농예능학교 학생들 "러시아 동포에 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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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하 30~40도의 혹한에 창문도 없는 군대 임시막사에서 벌벌 떨며 고생하고 있을 연해주의 우리 동포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요."

전북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대안학교인 전주한농예능학교 3학년 고은(18)양의 말이다. 高양을 비롯한 이 학교 학생 1백20여명은 오는 16일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러시아 연해주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을 돕기 위한 '후원회 밤'행사를 연다.

학생들은 사물놀이.북소리.상모돌리기 등 갈고 닦은 농악솜씨를 선 뵌 후 모금한 성금으로 쌀.난방기구.옷.담요 등을 사 현지의 우리동포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일본.중국 등서 온 외국인학생 8명들도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학생들의 동포돕기 운동을 대견히 여긴 한국조폐공사.조흥은행.여성경영자협회.파크랜드.에스콰이어 등 기업과 단체들도 후원을 자청하고 나섰다.

전주한농예술학교 학생들이 고려인 돕기에 나선 것은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톡서 개최한 '제1회 고려인의 날 행사'에 초청공연을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다.당시 학생들은 우리 동포들이 추위와 홍수.가뭄 등 재해로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카레이스키'로 불리는 고려인들은 1800년대말 가난 등을 피해 연해주로 건너갔다가 1930년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 등으로 강제 이주당해 50여년을 살았왔다.

그러나 소련연방체제가 붕괴되면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살던 고려인 5만여명은 민족차별 정책을 견디다 못해 다시 연해주로 이주해 살고 있다.

한농예술학교의 허태임(42)교감은 "러시아 방문 당시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매일 끼니 걱정을 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고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콧등이 시큰해졌었다"며 "자발적으로 이 행사를 추진해온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농촌복구회가 1998년 설립한 한농예능학교는 폭력.흡연.왕따 등이 없는 '3무 학교'로 널리 알려져 있다.063-243-0035.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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