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서비스] 진주 '교통단속 유예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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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2일 오후 경남 진주시내 중앙로에서 차선위반으로 적발된 이상호(34.진주시 신안동)씨는 가지고 다니던 '교통법규위반 단속 유예증'을 단속 경찰관에게 보여줬다.

이 경찰관은 교통위반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하는 대신 "다음부터는 교통법규를 꼭 지키십시요"라는 말과 함께 유예증을 회수하고 지도장을 발부했다.

李씨는 두달 전 진주경찰서에 가서 2시간짜리 교통안전교육을 받은 수고의 대가를 톡톡히 보상받은 것이었다.

특히 李씨는 열달전 중앙선 침범 등으로 누적벌점이 30점이나 돼 이번엔 스티커를 발부받으면 벌점초과로 4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뻔 했었다.

李씨가 이날 낭패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진주경찰서가 지난 5월부터 전국 최초로 도입하고 있는 '교통법규위반 단속 유예제'덕분이다.

이 제도는 경찰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통안전교육 이수자에게 교통법규위반 단속 유예증을 발급한 뒤 이 증명서를 소지한 운전자가 법규위반으로 적발됐을 때 1회에 한해 지도장만 발부하고 교통범칙금은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음주와 무면허▶중앙선 침범▶신호위반▶과속▶난폭운전▶교통사고 고발▶무인카메라 단속 등 9개 주요 교통사고 요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교통안전교육은 매달 두차례 진주경찰서에서 실시되며 기관.단체.기업체 등이 집단으로 요청해도 개설된다.

지난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진주경찰서에서는 2만7천여명의 운전자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유예증을 발급받았다. 이 중에 1천3백여명(4.8%)이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됐으나 유예증을 제시하고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제도가 실시된 뒤 교통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진주경찰서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사망 18명, 부상 1천4백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사망 67명, 부상 2천여명에 비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73% 감소했다.

이처럼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높은 데다 운전자들의 반응이 좋자 경남경찰청도 지난달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고, 경찰청은 전국 지방경찰청에 도입을 지시했다.

최경호(崔庚虎)진주경찰서장은 "법규위반 운전자들에게 스스로 교통질서를 지키려는 의식을 유도하려는 게 이 제도 도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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