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37조원…1년새 40%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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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빛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지방은행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채권(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의 연체대출금이 많거나 충당금(부실에 대비해 쌓아놓은 자금)적립수준이 낮아 13일 무더기로 금융감독원의 지도를 받았다.

은행들이 앞다퉈 늘리고 있는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채권이 부실해질 가능성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미리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또 올 들어 지방은행에서 취급하기 시작한 일수형(매일 상환형)소액 급전대출의 연체율이 5~13%로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1.67%)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9개 은행과 5개 보험사의 가계여신 건전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 9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백37조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1년 사이 40.1% 급증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늘어났지만 3개월 이상 연체대출에 대한 충당금의 적립비율은 지난해 말 45.93%에서 9월 말 39.9%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충당금 적립비율이 은행 평균(40%)보다 낮은 7개 은행과 최근 충당금 비율이 크게 낮아진 4개 은행에 대해 지도조치를 취했다.

또 신용카드 채권이 9월 말 현재 24조5천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3개월 이상 연체금의 비율은 지난해 말 2.1%(3천7백억원)에서 9월 말 3.25%(7천9백억원)로, 하루 이상 연체금의 비율은 7.86%(1조3천8백억원)에서 8.43%(2조6백억원)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충당금 적립비율이 낮은 3개 은행, 연체금 비율이 높아진 10개 은행이 금감원의 지도를 받았다.

이번에 금감원의 지도를 받지 않은 은행은 한빛은행 뿐이다.

금감원 박창섭 경영지도팀장은 "소비.주택구입.개인창업을 위한 가계부문의 자금수요가 확대되고 은행도 주택담보대출 등 소매금융 위주의 영업을 함에 따라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가계대출 역시 부실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책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대폭 늘어난 것과 달리 99년 말 전체 대출의 46.6%였던 기업대출 비중은 올 8월말 41.8%로 낮아진 상태다.

정선구.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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