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채무재조정 불똥…대투-JP모건 1억불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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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한투신운용과 세계적 투자은행인 JP 모건이 중남미 채권의 부도 처리를 놓고 1억달러(약 1천3백억원) 규모의 분쟁에 휩싸였다.

대투운용은 13일 "중남미지역 투자를 대행하는 JP 모건이 최근 아르헨티나의 채무재조정에 따라 보유 채권의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대투운용은 1996년 8천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6백67억원) 규모의 '대한 글로벌 공사채2호'펀드를 만들었다.

그후 이 자금에다 해외에서 빌린 5천6백만달러를 더해 국내 채권에 4천만달러, 중남미 채권에 9천6백만달러를 투자해 왔다.

중남미 채권 중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한 비중은 80%에 달한다.

투신사의 해외 펀드가 문제된 것은 98년 한국투신과 현대투신이 러시아 채권에 투자했다가 모라토리엄(지불정지) 선언으로 1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데 이어 두번째다.

양측의 분쟁은 지난 7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가채무에 대해 채권단이 만기 연장과 금리 인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발적인 채무재조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JP 모건은 '채권 발행국의 정부가 부도날 경우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는다'는 계약조건을 내세우며 아르헨티나의 채무재조정은 사실상 부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투운용은 채무재조정이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부도로 볼 수 없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17일 원리금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15일 미국 뉴욕에서 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자발적 채무재조정이 이뤄졌던 전례가 없어 이견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투운용 한동직 부사장은 "법리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변호인단에 자문한 결과 승산이 충분하다는 답변을 얻었다"며 "JP 모건이 원리금 지급을 거절할 경우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측의 분쟁으로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 펀드에는 새마을금고.신협 등 83개 법인이 6백4억원, 개인투자자 1백45명이 63억원을 각각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해마다 13%선의 현금배당을 받아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만기인 오는 17일 원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협상이 길어지거나 법정싸움으로 번질 경우 대투운용을 상대로 한 투자자의 소송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투운용 관계자는 "약관에 따라 만기 뒤 2개월 동안 상환을 연기할 수 있지만 이 기간 내에 결론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공적자금을 받은 처지에 원금을 대지급해줄 수도 없어 자산 회수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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