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브로커들 '최택곤 불똥'에 전전긍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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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의도 정가의 음지에서 활약하던 '정치 브로커'에게 된서리가 내리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이나 여권 실세를 팔아 각종 이권.인사에 개입했던 여당 주변의 인사들을 엄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에선 특히 '진승현 게이트'에서 신광옥 법무부 차관과 陳씨를 연결해준 최택곤 당 교육특위 부위원장(비상근)의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비상근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당 고위 관계자는 13일 "당내의 상설 8개 특위, 비상설 12개 특위에 모두 6백50여명의 비상근 부위원장이 있다"며 "당 조직 체계를 투명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일 의원이 명예회장인 연청과 아태재단.인동회(金대통령의 비서출신 모임)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이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오랜 야당 시절 고락을 같이 한 당료 출신이다. 선거판에선 궂은 일을 떠맡았으나 금배지를 다는 데는 실패해 여의도 정가에서 '특무상사'로 불린다.

극소수이긴 하나 이들 중 여권 실세나 현역 의원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로비스트.브로커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동교동계 핵심인 권노갑 전 고문이나 한화갑.김옥두 의원, 한광옥 대표, 김홍일 의원.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 등이 이들이 단골로 친분을 과시하는 대상이다.

최택곤씨도 여권 실세들을 줄줄 꿰는 화술을 바탕으로 陳씨에게 막대한 로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崔씨는 정권 출범 뒤인 98년 군사보호구역 해제 사기단에도 연루돼 당시 국방부 장관인 천용택(千容宅)의원을 찾아다녔고, 이에 千장관은 최씨에게 부대 출입을 금지한 적도 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는 당료 출신 인사들이 이권에 개입하는 사례가 있다"며 "의원 사무실마다 이들이 들고온 청탁성 민원서류가 10여건 이상씩 떠맡겨져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YS정권 때까지는 정.관.재계에 영남 출신이 고루 퍼져 있어 브로커가 끼어들 여지가 좁았지만, 현 정권이 들어선 후 기업인이나 관료들이 권력 핵심에 접근하고 싶어도 아는 사람이 없어 이들을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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