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짓다만 건물 10년째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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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아산시의 온양온천역 주변 도심에서 유달리 튀어나온 9층 높이의 대형 구조물이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국도 21번을 통해 아산시를 거쳐 예산방면으로 가는 외지 사람마다 승용차 왼편으로 보이는 을씨년스런 철골 구조를 보고 “아직도 그대로 있네”하며 한마디씩 던진다.관광명소 온양온천을 먹칠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또 인근 주민들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철골에 붙은 녹이 날려 빨래를 널지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하고 주위 상가들은 상권(商圈)까지 시들게 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1991년 말 공사 중단된 이 건물은 공사 재개는 커녕 도시 미관을 해치는 철골의 해체 작업마저 엄두를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되는 시민들 철거요구에 시관계자는 “분양권자 ·시공사에 의해 모든 시설물이 압류돼 있어 건축주에게 철거명령을 내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제3자가 인수해 공사를 재개할 때까지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공사를 맡았던 서울의 N토건 관계자는 “공사대금 80여억원을 못받은 상태”라며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10년간 경비초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요 경비가 월 3백만원씩 들고 있다”고 말했다.

온양타워의 부지 및 모든 시설물(기반공사 완료된 지하 5층 포함)은 분양권자·건설사에서 압류해 놓은 상태.녹쓸은 철골에 가압류된 액수만도 2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3 ·1동지회 등 시민단체들이 이 건물의 처리를 놓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모두 무위로 끝났다.채권자가 일일이 접촉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금액도 엄청나기 때문.

이 오피스텔은 90년 5월 건축주 姜모(58·아산시 온천동)씨가 옛 버스터미널 자리(8백55평)인 이곳에 지하 5층 ·지상 20층(연면적 1만평)규모로 짓기 시작,1백22명에게 분양해 중도금까지 62억여원을 받았다.그러나 1년후 분양저조에 따른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그후 97년 경매에 넘어갔으나 여러번 유찰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매가 취하됐다.

시관계자는 “철골 철거작업에도 공사비가 1억여원 든다”며 “압류 당사자인 N토건과 의논해 철골만이라도 우선 뜯어내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공사인 N토건이 지난해 실시한 구조물 안전 진단에 따르면 붕괴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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