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문의 해' 연장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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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방문의 해'사업을 내년까지 연장한다는 결론이 났다.내년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예정돼 있으므로 이를 계기로 관광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외국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연장 이유를 납득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간의 추진위원회 활동을 살펴볼 때 걱정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의 예상 외래 관광객수는 5백20만명으로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최소 2.3%나 줄어들 판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조종사 파업, 항공안전 2등급 추락, 9.11 미국 테러사건 등 국제적인 악재가 올해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지만, 3년간 1백55억원의 예산을 쓰면서도 장기적인 관광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 방문의 해 기획단은 올해 해외홍보.여행상품개발.친절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상당수가 한국관광공사와 겹치는 일이 많았다. 대신 주력해야 할 기초적인 관광산업 기반에 대한 연구 및 투자는 부진했다. 이런 까닭에 잘못 표기된 안내표지판은 아직도 거리에 널려 있고, 지도 한장만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기란 여전히 불가능한 것이 '방문의 해'를 1차 마감하는 국내관광의 현주소다.

'방문의 해'성공은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관광 기반 태세를 조직적으로 갖추는 데 있다고 본다. 숙박업소의 서비스 수준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관광객의 이동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교통수단을 확충하며,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요원 확보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말로만 '방문의 해'를 1년 더 연장한다고 해서 나아질 게 없다. 관련부처들도 말로만 관광육성을 떠들지 말고 예산 등으로 실질적인 뒷받침을 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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