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지금] 분당 '우리춤체조 동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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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분당신도시에 사는 김정자(60 ·여)씨는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집을 나선다.그녀가 찾아가는 곳은 분당구 구미동의 농협 하나로클럽 문화센터.전통무용과 체조를 결합한 ‘춤체조’를 연습하기 위해서다.

“젊어서는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취미생활은 꿈도 못꿨죠.” '

4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한바탕 덩실덩실 춤을 추고 난 후 金씨는 새색시처럼 수줍게 웃으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金씨의 큰 딸 봉민아(26)씨는 “엄마가 춤을 시작한 이후 몰라보게 젊어졌다”며 “이제는 밖에 나가면 자매가 아니냐는 농담을 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金씨와 함께 춤을 추는 이들은 ‘분당 우리춤체조 동호회’ 소속 회원들.대부분 50∼60대 주부인 이들은 벌써 3년째 춤체조를 통해 건강을 다지고 있다.

춤체조는 1999년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국립극장 예술진흥회가 노인들의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을 위해 공동으로 개발한 것.

살풀이 ·부채춤 등의 우리 전통무용을 변형시켜 만든 ‘해맞이’‘두둥실’‘어울림’ 등 세가지 기본동작과 ‘나들이’‘어화 좋을시고’ 등 두가지 응용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이 춤의 특징은 관절에 큰 부담을 주지 않아 노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특히 가장 기본적인 ‘해맞이’ 동작은 앉아서 복식호흡을 하며 기지개를 펴는 듯한 춤사위로 이뤄져 몸이 불편한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다.

춤체조는 이런 장점 때문에 분당 등 중산층 이상이 모여사는 신도시지역의 장년층 주부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올해로 2년째 동호회장을 맡고 있는 박숙자(54 여)씨는 춤체조를 배우기 전 12년간 에어로빅을 해 오던 베테랑 춤꾼.그러나 해가 바뀔수록 체력이 떨어져 젊은 사람들의 격렬한 동작을 따라가기가 힘에 부치던 중 춤체조를 알게 됐다.

이제는 춤체조 예찬론자가 된 朴씨는 “우리 춤을 배우며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이만한 취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호회원들은 지난해부터 분당·성남 일대의 사회복지관과 지역축제를 찾아다니며 독거노인 등 불우한 환경의 노인들을 위해 공연을 열고있다.

신동옥(56 여)씨는 “공연을 할 때마다 언니 ·오빠뻘인 60 ∼ 70대 할아버지·할머니들의 호응이 대단하다”며 “무대 위로 뛰어나와 함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동호회원들에게 춤체조를 지도하는 윤귀낭(55 ·여 ·한국무용가)씨는 “나이든 제자들의 활약이 자랑스럽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춤체조를 통해 건강과 활력을 지키며 멋진 노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031-738-9132.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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