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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묘역엔 추모 박석 1만50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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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일 오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앞. 흰 국화 한 송이를 든 40대 남성이 3일 전 완공된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들어가려 하자 경찰이 제지한다. 한동안 실랑이를 하던 그는 끝내 묘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찰 손에 이끌려 나왔다. 묘지 밖에 있던 그의 아내가 통곡하며 말했다. “대통령을 잊지 못해 서울에서 참배하러 왔는데….” 한참 후 이들은 묘역 옆에 차려진 임시 참배소에 헌화하고 두 번 큰절을 했다. 기자의 물음에 이들은 눈물 젖은 눈빛으로 답할 뿐 말이 없었다.

임시 참배소 좌우에는 조화 바구니가 줄지어 있다. 제단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작은 사진과 담배·흰 국화 등이 놓여 있다. 담배에 불을 붙여 제단에 놓던 김재선(52·전북 정읍 거주)씨는 “대통령 서거 뒤 아팠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23일)를 이틀 앞둔 이날 봉하마을은 추모객으로 붐볐다. 주차 행렬은 마을 주차장을 지나 농로 앞까지 이어졌다. 김우식(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김용덕 전 금감원장도 임시 참배소에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은 “지나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추모 행렬은 지난 5월 초 시작됐다. 평일 하루 2000~3000명, 주말엔 5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19일 언론에 공개된 묘역(면적 3206㎡, 길이 100m)은 이등변삼각형 모습이다. 국민이 낸 기부금 등으로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6개월여 공사 끝에 참배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이 묘역은 23일 1주기 추도식이 끝나고 일반에게 공개된다.

묘역 바닥에는 기부금을 낸 국민의 추모 글을 새긴 추모 박석(薄石:두께 10㎝, 가로·세로 20㎝, 화강석) 1만5000여 개와 자연 박석 2만3000여 개가 깔려 있다. 박석마다 ‘대통령 노무현 사랑합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같은 15자 내외의 추모 글(8가지 글자체)이 새겨져 있다.

이희호 여사는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 김대중’이라 썼고,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갔지만 가지 않았네! 국민을 위한 불멸의 그 열정은’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였던 송기인 신부는 ‘대통령님 평화가 이슬비처럼’이란 글로 추모했다.

추모 박석은 63세를 일기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의미에서 63개 구역으로 나눠 설치돼 있다.

묘역 입구에는 마음을 비추며 경건하게 하자는 뜻에서 삼각형 작은 연못을 조성했다.

묘역 가장자리에는 축대를 쌓고 비자나무·소나무를 심어 놓았다. 유골이 안장된 묘소 뒤쪽은 붉은색 강판으로 된 곡장(曲墻·능이나 묘를 둘러싼 담)이 길이 60m, 높이 3m로 버티고 서 있다.

노무현재단의 문재인(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사장 직무대행은 “멀리 위에서 보면 묘역 속에 길과 마당, 집이 있는 마을의 모습이다. 대통령이 추구한 ‘사람 사는 세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묘역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는 16일 개관한 추모의 집(400㎡)이 있다. 축사를 개조해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전거와 밀짚모자·작업복·그림·조각 등 유품 20여 점, 노 전 대통령 연보와 사진, 방명록이 전시돼 있다. 영상물도 상영된다.

마을 입구에는 깔끔한 외관의 관광안내소가 들어섰고, 마을 앞 논 옆에는 노 전 대통령이 농사에 참여했던 ‘봉하마을 오리쌀’과 ‘우렁이쌀’을 건조·도정하는 방앗간이 새로 자리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이 동네를 돌다 커피를 마시며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던 봉하 쉼터 휴게소는 옛 모습 그대로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바위 아래에는 여전히 ‘출입금지’ 줄이 처져 있다. 이 줄에는 서거 직후 추모 글을 적은 노란색 리본이 셀 수 없이 많이 달려 있다. 부엉이바위 꼭대기 역시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된다. 부엉이·사자바위로 가는 길은 노 전 대통령이 산책을 즐기던 곳이어서 ‘봉하 생태 산책길’(총 5.8㎞)로 이름 짓고 정비돼 16일 개방했다.

23일 오후 2시에는 묘역 옆에서 서거 1주기 추도식이 엄수된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노 전 대통령의 49재가 열렸던 봉화산 정토원에서 추모법회도 예정돼 있다.

김해=황선윤 기자



지역별 추모 행사

▶서울

- 23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광장, 시민 추모문화제

- 23일 오후 10시, 덕수궁 대한문 앞, 추도식 참여자와 시민 만남 행사

- 22일 낮 12시~23일 오후 11시, 덕수궁 대한문 앞, 노무현대통령 사진전

▶부산

-23일 오후 7시 부산대 넉넉한 터, 추모콘서트

▶대전

-23일 오후 7시, 서대전시민공원, 추모문화제

▶청주

- 22일 오후 1시, 철당간광장, 추모 행사

▶창원

-22일 오후 7시, 창원 만남의광장, 추모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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