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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조선인은 미개하고 오만하고 포악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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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10년, 그들이 왔다
이상각 지음, 효형출판
432쪽, 1만5000원

한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사건인 ‘한일합방’은 도대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성사됐을까. 우리는 흔히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를 그 원흉으로 꼽지만 과연 이들의 힘만으로 결정적 전쟁 한 번 없이 조선이 일본의 손에 떨어졌을까. 한국사의 재해석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가 쓴 이 책은 그러한 의문에 답한다. 조선 병탄의 주역 21인의 행적과 사상적 편력을 뒤져냈으니 말이다.

교육자이자 사상가로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요시다 쇼인은 이른바 정한론(征韓論)의 효시였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가까워 조선을 정복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일본이 일본답기 위해서라고 정벌 이유를 밝혔다. 일본 우익의 뿌리인 ‘흑룡회’를 만들었던 낭인 우치다 료헤이는 그 행동대의 대표였다. 일진회의 이용구와 손잡고 ‘한일합방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일본의 국시는 중국대륙과 시베리아까지 세력을 뻗는 것으로 조선은 그 받침대 역할인데 이토는 일한병합의 사명을 방기하고 있다”며 이토 히로부미의 퇴진을 주문했을 정도로 입김이 막강했다.

강제력만 동원한 것이 아니다. 근대 일본의 초석을 다진 계몽주의자 후쿠자와 유키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조선은 미개하기 때문에 우리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진보를 도와주어야 한다” “조선인은 미개한 백성으로 매우 완고하며 오만하고 포악하다”고 독설을 해댔다.

과거의 일은 접어두고 미래를 고민할 때라 말하는 이도 있지만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독도 망언을 보면 우리는 이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바로 그 미래를 위해 일독해야 할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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