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창하오-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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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白, 두 갈래 길에서 '먼 길'을 택하다

제4보 (60~74)=김성룡7단 등 검토실의 소장기사들은 '참고도' 백1의 절단수를 연구하고 있었다. "창하오는 그리 올 것이다. 결과는 어찌 되는가."

백1 끊으면 13까지 외길이다. 한점을 희생해 흑 여섯점을 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 흑 세력도 어마어마해져 계산이 쉽지 않다.

14로 키우는 것이 최선인데 백도 15의 날일자가 멋진 수. 이후 무수한 그림이 그려지다 지워지기를 반복했는데 결론은 놀랍게도 "백 우세"였다.

백집은 70집이 강해 흑이 도저히 당하기 힘들다는 것. 최소한 덤을 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14 대신 A의 강수가 연구되기도 했으나 백 우세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창하오9단은 그러나 60으로 젖혀왔다. 흑은 물론 먼저 끊는 쪽을 잡는다. 그래서 좌상 흑은 살아났고 대신 백은 66부터 중앙을 꿰뚫으며 흑을 양분했다.

이것도 백이 좋다고 한다. 게다가 72가 멋진 감각이어서(A의 붙임은 B,C의 돌파로 흑 무리) 백은 흑 세력을 지우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공격마저 엿보게 됐다.

그러나 조훈현9단 등 대다수의 기사는 '참고도'쪽이 보다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참고도'는 바둑의 골격이 단순해 승부가 빠르고 쉽지만 실전은 매우 복잡해 이기기까지엔 아주 먼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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