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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씨 "사형에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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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검사님의 사형(구형)에 감사합니다. 가는 날까지 뉘우치겠습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아무 표정없이 이렇게 말했다. 교도관들에 의해 양팔이 붙들린 채 법정에 나온 유씨는 이날 약 3분간 최후 진술을 했다.

푸른색 죄수복을 입고 장발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나온 그는 재판장을 바라보며 담담한 말투로 "나 같은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제2의 유영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역대 살인 사건 중 가장 많은 21명을 동기도 없이 무참히 살해한 유씨는 스스로 사회구성원이기를 포기했다"고 사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최관수 검사는 "피고인은 법정에서도'100명 이상을 죽이려 했다'고 하고, 피해자 유가족에게 '댁의 딸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아느냐'며 마치 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들을 죽였다는 식으로 말하는 등 개전의 정이 전혀 없다"면서 "유씨의 생명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다만 유씨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감옥에서 7년을 복역한 뒤 사회에 반감을 갖게 된 점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성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씨 변론을 자원했던 차형근 변호사는 이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나중에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는 방청객 20여명이 참석했으며, 유씨의 법정 난동을 대비해 30여명의 교도관 및 법원 직원들이 대기했다. 선고는 다음달 13일 오전 11시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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