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며 배우는 G러닝 뜨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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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식아! 한자공부해야지.” 어머니 황금옥(42·서울 마포구 창전동)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준식(서울 서교초 4)군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책상에 앉은 정군은 책을 펴는 대신 컴퓨터를 켠다. ‘저러다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되던 찰나 정군이 씩씩하게 말한다. “전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한자공부를 하거든요.” 과연 게임을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할까? 정군을 지켜봤다.

학습동기 제공해 학업 성취도 높여 정군이 한자 게임 사이트를 실행 시키자 창과 방패를 든 전사 캐릭터가 나타났다.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전사가 된 정군은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한자 몬스터를 무찌르면서 한자의 음과 뜻을 익혔다. 한자 몬스터는 최소 3~5번을 공격해야 죽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복학습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몸에 ‘木’이라는 한자가 적힌 몬스터가 나오면 정군이 공격할 때마다 스피커에서 ‘목’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에는 훈과 음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목, 목, 목 나무 목 이라고 따라 읽다보면 저절로 기억이 된다. 정군은 “게임을 한 후 노트에 한자를 직접 적어보면 훨씬 외우기도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G러닝이 뜨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배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G러닝(Game based Learning)은 기존의 게임이 갖는 ‘흥미’와 ‘재미’ 같은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학습적 요소를 게임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암기 과목에 해당하는 한자와 영어를 비롯해 최근에는 수학,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복잡한 개념들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게임들도 나왔다. 지난 4월에는 G러닝(Game based learning)이 초등학교 학생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화제가 됐다. 이는 콘텐츠경영연구소가 지난해 2학기 서울 발산초등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G러닝 수학 수업을 진행한 후 학업 성취도를 분석한 결과로, 게임 활용 수업을 한 학생들의 수학시험 성취도가 평균 9.24점 향상됐다. 발산초등학교에서 G러닝을 총괄하고 있는 김학래 교사는 “G 러닝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 성취력과 학습효과를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절제하지 않으면 중독에 빠질 수도
각종 기능성 게임이 확대보급 되고 G러닝 시범학교가 운영되는 등 교육현장 곳곳에서 게임의 긍정적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습효과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게임은 중독성이 높고 컴퓨터를 매개로 한다는 특성 때문에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정군의 어머니 황씨도 “준식이가 즐거워하고 한자실력도 많이 늘어 만족스럽지만 필요 이상으로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주말에만 게임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은 이미지 학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게임 후에는 반드시 학습을 보충해줘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을 공부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는 것. 게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은 한계가 있어 단순 암기나 개념풀이 정도로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자마루 개발사인 에듀플로 김성우 공동대표는 “아직 G러닝은 어학교육을 중심으로 학습 흥미 진작을 위한 보완제 성격이 더 강하다”며 “게임을 통해 이미지 학습을 하고 난 뒤에는 단어를 직접 손으로 써보거나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찾아 노트에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듀모아 남소연 컨설턴트도 “학습용 게임도 절제하지 않으면 중독에 빠질 수 있다”며 “평일 쉬는 시간 20분 또는 주말 1시간 정도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집에서 활용 가능한 온라인 학습게임

[사진설명] 온라인 게임을 하며 한자공부를 하는 정준식군. 요즘은 5급 시험을 준비중이다.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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