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1월의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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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원 - 물너울 치다

1

파도야

너는 본디 너울의 사내자식

무에 그리 보고자파 뭍으로

뭍으로 내달아

모래톱

갯바위 치며

밤잠을 설치는가.

2

주르륵

볼 적시는 그 물기 뜨거워라

구메구메 흙물을 퍼 잉걸불 사위어놓고

저 암벽

오르는 길을 쉽다

쉽다 하는가.

3

자욱한

해미 속을 떠돌아 이는 물너울

연어떼 솟구침에 바람일고 구름일어

작달비

작신거린다

저문 바다 위무하는….

***차상 - 개발지대 <홍경희,제주시 노형동>

택지 개발 구역에

가건물이 들어서더니

뒤숭숭 초여름부터

초목들이 술렁이고

세상엔 뜬소문 같은

개망초가 피었다.

건너 건너에서

따다다다 포성처럼

개발의 송곳니가

살점을 물어뜯고

깡마른 허수아비가

붕대 감고 서 있다.

숨죽인 틈바귀에서도

자랄 것은 자라고

심지를 태우는

옥수수 시름에도

세상사 아랑곳없는 듯

호박꽃이 웃고 있다.

***차하 - 산딸기 <이남순,서울시 종로구 관수동>

꾀꼬리 노래하는 윤오월 산자락에

가난한 살림살이 올망졸망 데리고

노을빛

몸을 섞어서

옷고름에 영그는 떨기

여리디 여린 순정 볼우물 오목하고

추억으로 찾아드는 한나절 해거름

빈 잔에

이는 그리움

향내로 깊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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