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불법행위 공동배상등 "SOFA 실질적 개선 미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 1월 개정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몇몇 조항들만 개선하면서 근본적인 독소조항들을 남겨둬 실질적인 개선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한국외대 교수회관에서 외대 법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개정 한.미 주둔군지위협정(2001)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세미나에서 학계.법조계 인사들은 "개정협정에서도 형사관할권.민사청구권.환경조항 등의 불평등.불합리성이 여전하다"며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이 형사관할권 문제.

외대 법학연구소 이장희(李長熙)소장은 "개정협정이 범죄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종전의 '재판 종결 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앞당긴 것은 분명히 개선된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를 위해 미군 피의자의 법적 권리보호를 과도하게 보장토록 해 한국 현행법과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李소장은 ▶기소 후 한국 당국이 신문을 못하도록 한 점▶한국 당국이 체포후 계속 구금권을 행사할 경우 변호사와 미 당국 관계자가 출두시까지 신문할 수 없는 점▶변호인은 근무시간 중 언제든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 접견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았다.

민사청구권과 관련, 이정희(李正姬)변호사는 "협정은 미군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에 있어 전적으로 미군 당국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대한민국이 25%를 분담토록 하고 있다"며 "미군의 불법행위 중 한국 정부에 공동책임이 있는 사례가 극히 드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조항이 남아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李변호사는 또 미군 시설의 환경오염문제와 관련, "이번 개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했을 때 미군 당국에 긴급조치를 강제하는 조항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미군기지가 환경오염의 원인임이 확실해 보이는 사건에 대해서도 미군 당국이 이를 한국에 알리지 않고 방치해온 전례들을 볼 때 긴급조치 의무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