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특화산업] 경북 의성 '토종 특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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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북 의성군은 옛날부터 ‘자라서 시집갈 때까지 쌀 한말을 못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땅이 척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벼 농사보다는 생존력이 강한 마늘 ·고추 ·홍화 등의 밭작물이 더 유명한 곳이다.이러한 의성 농민들이 최근 지역 농특산품 유통사업에 직접 나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성 토종 농특산품 직거래 사업단’은 이 곳 8백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의성홍화영농조합이 지난해 11월 결성했다.

이들 농민들은 이 회사를 통해 자신들이 재배한 작물과 가공품들을 전국에 직접 내다 팔고 있다.출범 1년여만에 취급 품목도 20가지나 된다.

의성읍 원당리에 마련한 2백여평의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마늘환 ·홍화씨환 ·인진쑥환 ·양파즙 ·포도즙 ·식물효소 등은 건강식품으로서의 효능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가공제품 외에도 아카시아 꿀 ·태양초 고추가루 ·보리쌀 ·의성 황토쌀 등은 직거래 사업단에서 주문을 받아오면 농가에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보내준다.

마늘 고추장 ·사과 고추장 ·사과 조청 ·장수 된장 ·장수 메주 ·안계 김치 등은 음식 솜씨가 좋은 농촌주부들이 가내공업 형태로 생산한다.의성 맛사과를 원료로 생산하는 사과와인 ‘마루스’는 현재 군(軍)에 납품하고 있다.

이 곳 농민들이 직접 유통사업에 뛰어든 데는 외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기존의 재배면적을 줄여나가야 할 정도로 상황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이상계(45)직거래사업단장은 “농특산품의 품질이 뛰어나 스스로 판로를 뚫어 직거래로 유통마진을 줄이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직거래 사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농민들도 직접 재배한 농작물 판로에 숨통이 트이고 농한기에도 일을 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자 크게 반기고 있다.

농협을 통한 유통은 보관 ·운송비와 중간마진 등으로 수입 농산물에 비해 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농민이나 도시 소비자에게 별 이득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또 그간 군청이나 농민단체들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어 보기도 했지만 자릿세 등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직거래 사업단의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윤성만(49)씨는 “의성은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화산폭발지대의 토질이라 마늘 ·홍화 등의 약성이 뛰어나다”며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기만 하면 안정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직거래사업단은 의성읍에 본부를 두고 대구와 서울에 각각 사무소를 열어 각 기관 ·단체 ·직장 단위로 판로를 뚫어 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농민들이 둘 셋씩 조를 짜 홍보에 나섰으나 이제는 20여명의 유급 세일즈맨까지 뽑아 전국의 관공서 ·대학 ·백화점 ·병원 등에 내보내고 있다.

이달들어 대구지역 홍보에 나선 김학야 작목반장은 “가는 곳마다 의성출신 인사 한 둘은 있게 마련이어서 의성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각 사무실에 홍보지를 돌린 뒤 홈페이지(http://www.honghwa.com)와 수신자 부담전화(080-600-2288)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로 발송해 준다.

월 1억원 매출로 시작한 직거래 사업은 올 하반기 이후부터는 월 2억원까지로 실적이 올라가 있다.

대구=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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