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 백화점 뺨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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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TV홈쇼핑 회사가 두 개에서 다섯 개로 늘어나면서 홈쇼핑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LG홈쇼핑.CJ삼구쇼핑이 장악하고 있던 홈쇼핑 시장에 농수산TV.우리홈쇼핑이 뛰어들었고, 지난달 19일엔 현대홈쇼핑이 영업을 시작해 홈쇼핑 5사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소비자에겐 업체가 많아진 만큼 선택의 폭도 커졌다. 기업으로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업체마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내세우며 손님끌기에 나서고 있다.

◇ 쑥쑥 크는 TV홈쇼핑=1995년 영업을 시작한 LG홈쇼핑과 CJ삼구쇼핑은 매년 70%를 넘는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는 호황을 누려왔다.

LG는 올해 처음으로 1조원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5개 업체 전체로는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에나 2조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치(지난해 10월)를 일찌감치 달성한 것이다.

또 신설 업체의 등장으로 기존 업체의 몫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시장을 서로 키워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홈쇼핑 관계자는 "아직 국내 홈쇼핑 시장은 성장단계"라며 "예년처럼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진 못하겠지만 향후 3~4년 동안 두 자리 이상의 매출신장률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급화.다양화하는 제품=주방용품이나 생활소품 중심에서 고가 제품과 백화점식 상품 판매로 바뀌고 있다. 특히 입어보고 만져봐야 하는 제품의 특성상 홈쇼핑에서는 잘 안 팔릴 것으로 예상됐던 의류 부문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LG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8백억원이던 의류 매출이 올해는 1천4백50억원으로 증가했다. 주로 팔리는 제품의 가격대도 3만~5만원대에서 6만~8만원대로 높아졌고, 20만원이 넘는 중고가 의류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CJ삼구쇼핑 관계자는 "다양한 자체 브랜드(PB)상품 개발과 함께 마음에 안들면 구입 후 30일 이내에 반품이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품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수입명품에 해당하는 오일릴리.겐조.말로 등을 비롯해 라스포사 등 디자이너 의류를 주요 상품군으로 잡았다.

농수산TV는 식품 전문 홈쇼핑의 이미지를 굳힌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천쌀.함경도 명천 명태.추어탕.메주.김치 등 식품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1백만원이 넘는 컴퓨터.대형 가전제품도 홈쇼핑의 효자상품이 됐다. 만화책.콘도회원권.백화점 상품권.진돗개.납골당 등도 홈쇼핑을 통해 살 수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못지 않게 상품이 다양해진 것이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반품 제도와 함께 무이자 할부 등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며 "홈쇼핑에 익숙한 소비자는 굳이 온라인.오프라인을 따지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치열한 서비스 경쟁=백화점 못지 않는 경품행사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CJ삼구쇼핑은 내년 1월 1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cjmall.com)에서 빨간 당근을 뽑은 고객에게 1만원의 적립금을 준다.

현대홈쇼핑은 인터넷(http://www.ehyundai.com)에서 9일까지 해외여행권.승용차 등 4억원 상당의 경품을 내걸고 매일 18명을 추첨해 경품을 준다. 또 TV.세탁기.냉장고.에어컨.프로젝션TV.VCR.DVD 등 7개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중고품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한다.

모든 브랜드의 중고품에 대해 구입가격의 10~60%를 적립금 형식으로 보상한다. 고객이 나중에 신제품을 살 때 적립금 만큼을 빼주는 것이다. 지금은 서울 지역에서만 하고 있으나 내년에는 광역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홈쇼핑은 최근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2천원의 적립금을 지급하고, 농수산TV는 농수산물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사실이 적발됐을 때 제품가격의 1백~1천배를 보상하는 이색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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