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반도체 경기 바닥 찍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PC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반도체도 현물시세는 물론 고정거래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상승장에 들어서진 않았지만 바닥은 지났다고 말하고 있다.

◇ PC=업계는 월별 판매실적을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 11월 중 24만대가 팔려, 수요가 크게 늘었던 지난해 11월 실적(24만8천대)에 근접했다고 5일 밝혔다. 특히 지난 10월의 판매량(18만대)보다 33%나 늘어났다는 점에서 수요가 몰리는 연말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IBM의 조중권 부장은 "수능시험과 기말고사가 끝나면서 매장을 찾는 손님이 늘고 판매량도 증가세에 있다"고 말했다. 용산 나진상가의 조립PC 판매점인 PC월드의 송일석 사장은 "10월 말까지 하루 한대 팔기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하루 4~5대씩 팔린다"고 말했다.

PC 시장의 이같은 회복세는 ▶지난 10월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인 윈도XP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데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전반적인 소비심리가 되살아난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이에 따라 연말 대목을 노린 PC 업체들의 판촉행사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펜티엄4 PC와 프린터.모니터를 패키지로 묶어 15~20% 할인하는 연말 기획상품전에 들어갔고, LG-IBM과 현주컴퓨터 등도 연말 특별 기획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의 PC 판매증가를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증권의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올해 PC 경기가 워낙 안좋았기 때문에 11월 실적이 크게 반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연간 판매대수 등을 보더라도 아직 회복세로 단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그동안 줄곧 내림세를 보였던 고정거래 가격이 이날 오랜만에 올랐다고 밝혔다. 1백28메가 SD램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개당 1.5달러, 하이닉스는 1.33달러선으로 지난달 협상가보다 10~13% 올랐다는 것. 현물시세도 아시아.북미 시장에서 모처럼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이같은 회복세를 반영한 듯 이날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미국의 반도체 주가를 가늠하는 필라델피아지수도 4일(현지시간) 33.1포인트 뛰면서 5백44.1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반도체는 이제 더 이상 떨어질 요인이 없어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내년 2분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선희.김종윤.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