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누드 거리전시회' 여는 화가 변영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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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음란성을 이유로 행정당국에서 불허했던 한 중견화가의 이색 거리전시회가 올해 첫선을 보인다.

육체의 생명력과 건강한 성(性)을 화폭에 담아 온 변영환(邊英煥.46.충남 천안시 구성동)씨. 그는 6일부터 17일까지 천안시내 포스터 게시판과 현수막 설치대 70여곳에 작품 1백10여점을 전시한다.

邊씨의 이번 현수막.포스터 작품 거리전시회는 미술관 등 밀폐된 공간의 전시회가 미술 애호가들만의 잔치로 그치는 데서 벗어나 일반 대중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다.

지난해 천안시 당국은 "미풍양속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邊씨의 거리전시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邊씨는 "음란성 판단은 시민들의 몫"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그는 지난해에 비해 표현이 순화(□)된 작품을 시에 제출했다. 시 관계자는 "邊씨 작품 1백40점 중 광고물법에 저촉되는 28점을 제외한 포스터 82점과 현수막 30점의 거리 공개를 허가했다"고 말했다.

시는 추상화 및 선(線)으로 표현한 누드만 통과시켰고 가슴 등 인체 특정부위를 사실적으로 나타낸 작품은 모두 거부했다. 邊씨는 "보수적인 행정기관에 맞서 마냥 투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거리전시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시의 선별적 허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邊씨는 8일 오후 자신의 구성동 화실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연다. 침대 길이에 키가 맞지 않는 나그네를 무조건 죽인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을 통해 예술과 외설을 가늠하는 획일적 잣대에 항의한다. 허가를 얻지 못한 작품은 화실에 별도로 전시할 예정이다.

그는 "인터넷에 음란물이 판치는 상황에서 누드화라고 거리전시를 불허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성 문제를 관객에게 과감히 제시, 건강한 생명력에 바탕을 둔 담론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10여년간 인체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해온 邊씨는 동국대 미술학과와 단국대 대학원(회화과)을 졸업했고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서울.천안 등에서 개인전을 여섯번 열었다. 천안공업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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