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 카드' 수면 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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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說)로만 떠돌던 대북 특사 카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가 대북 특사 추진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다. 그러잖아도 "북한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높아가는 추세였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로 가닥이 잡히면서 어떻게든 북한을 설득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진 까닭이다.

◆ 어떤 메시지 보낼까=우선 6자회담에 조속히 나올 것과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 대화 채널을 열자는 제안을 들고 갈 가능성이 크다. 중단된 남북 장관급 회담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의 재개, 경의선.동해선 연결 사업의 마무리 등도 언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의 초점인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어느 정도 수위에서 거론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많은 전문가는 남북 정상회담이 대북 특사의 궁극적 목표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6자회담 재개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주된 메시지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입장을 감안해 아직은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을 감안할 때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카드부터 꺼내들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지금과 같은 유리한 대북 협상 여건이 언제 다시 조성될지 모르는 만큼 정상회담을 놓고 어떻게든 담판을 지으려 할 것이란 주장이다.

◆ 정부 복안과 전망=정부는 특사 방북을 통해 노 대통령이 강조한 '주도적'역할론을 가시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초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미국을 찾는 등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전방위 노력이 전개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6자회담과 남북관계의 목표치를 달리 둔다는 방침이다. 6자회담의 경우 일단 연내에 비공식 회담이라도 열려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는 속도를 내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 취임 후 2년이 다 돼 가는데 북핵에 발목이 잡혀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제는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게 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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