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방경 제1호 성동소방서 이원주씨 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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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초의 여성 소방서장이 꿈입니다."

40년 소방 역사상 첫 여성 소방경이 탄생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성동소방서 구급계장인 이원주(李元周.39)씨는 최근 경찰의 경감에 해당하는 소방경으로 승진했다. 전국의 소방관 2만3천여명 가운데 여성 소방관은 5백87명에 불과하다.

"경찰의 경우 경찰대 졸업 후 임용되는 여성 간부가 꽤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 조직에서는 간부급인 여성 소방위(파출소장급)가 통틀어 15명뿐입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李씨가 가는 길이 후배 여성 소방관들에게 선례로 남기 때문이다.

李씨가 소방관이 된 것은 1982년. 당시만 해도 '여성 소방관'은 낯설기만 했다. 주위에선 "왜 굳이 위험한 일을 택했느냐"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李씨는 화재예방 등 대민 업무를 주로 맡으면서 소방직의 기본업무가 봉사임을 깨달았다.

"화재 진압은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지만 평소 소방직은 서비스직에 가깝죠. 돌파력과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필수입니다."

올해 결혼 13년째인 李씨는 남편 김기수(金基洙.41.회사원)씨와의 사이에 딸(12)과 아들(9)을 뒀다.

"아이들은 제가 슈퍼맨인 줄 알아요. 이웃의 자물쇠가 잠겨도 '엄마!'라고 부르면서 달려오곤 하죠."

요즘 소방관 생활을 다루는 SBS-TV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가 적잖은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엄마의 직장생활을 더 잘 이해해 주기 때문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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