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송년 맞대결] 유니버설 발레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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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이젠 연말이 다가오면 기다려지기까지 하는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 발레 대중화와 더불어 가족을 위한 송년 레퍼토리로 확고히 자리잡은 '호두까기 인형'을 올해도 국립발레단(18~25일.예술의전당.02-580-1300)과 유니버설발레단(21~26일.세종문화회관.1588-7890)이 나란히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에 이어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이며 유니버설발레단은 15년간 고수해온 키로프 버전이다. 오래된 레퍼토리지만 신작을 대하듯 땀흘리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양대 발레단의 남녀 주역을 만났다.

이들 외에도 국립발레단은 홍정민.신무섭, 김지영.장운규, 김주원.정주영이, 유니버설발레단은 박선희.권혁구, 전은선.황재원, 황혜민.서라벌, 임혜경.아르템 쉬필레프스키가 각각 주역으로 열띤 무대를 보여준다.

오누이처럼 다정한 김세연.엄재용.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엄재용이 김세연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취하면서 "으윽…무거워 죽겠어"라고 엄살을 떤다. 김세연이 살짝 눈을 흘긴다. 누나가 동생을 바라보는 듯 귀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들은 국립발레단에 비해 스타급 무용수가 적은 유니버설 발레단이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커플이다.

스물두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연습하지 않을 때는 서로 장난 치기 바쁜 친구다. 올초 국제적인 권위의 룩셈부르크 발레 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수상한 단짝이며, '호두까기 인형'에서 호흡을 맞춘 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호두까기 인형'은 춤추기 즐거운 작품이에요.저희가 추는 키로프 버전은 고도의 예술적 표현을 요구한다기보다 흥겹고 가벼운 분위기죠."

김세연은 천부적인 신체 조건을 갖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문훈숙 단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무용수다. 가냘프고도 고운 목선, 국내 여자 무용수 중에서 제일 예쁘다고 일컬어지는 쭉 뻗은 다리 등 스타가 될 조건을 고루 갖췄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감독이 특별히 아껴 '소피아'라는 영어 이름까지 지어줬다.

탤런트라고 해도 손색없을 외모를 지닌 엄재용은 이원국.김용걸의 아성을 깨뜨릴 것으로 점쳐지는 신예다. 미국 키로프발레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유학을 떠났었던 그는 병역 문제 때문에 귀국했다. 다행히 동아콩쿠르에서 우승해 면제받았다.

서로에 대한 평을 부탁하자 둘다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는다. "세연이요□ 잘 하죠"라며 말을 아끼는 엄재용. 김세연은 "선배들도 다들 칭찬하지만 재용이는 표정이 무척 풍부해요. 감정 표현이 제대로 된다는 얘기지요. 주역으로 무대에 선 지 얼마 안되는데 동료로서 참 부러운 장점이지요"라고 칭찬을 거듭한다. 이들은 21,23,25일 세번 무대에 선다.

글=기선민,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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