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총점 석차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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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지난해보다 전체 평균 66.5점(4백점 만점 기준)이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6~37점 떨어지도록 난이도를 조정하겠다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당초 약속과 너무나 다른 결과다. 시험 직후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지도 교사들이 겪었던 당황과 혼란이 어느 정도였을까 이해가 간다.

올해 수능 평가는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지난해에는 지나치게 쉬워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오고 전년보다 평균 27점이나 오르더니 한 해만에 만점자는 한명도 없이 전체 평균이 66.5점이나 곤두박질쳤으니 교육과정평가원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오죽했으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죄송하다"고 사과했을까.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 출제도 불가피하다. 또 지난해 문제가 너무 쉬웠으니 올해 다소 어렵게 낸 것이 비난받을 일만은 아니었다. 다만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입시행정의 널뛰기는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게 된다.

점수 폭락 충격에다 올해부터 총점기준 석차 비공개로 바뀌는 바람에 일선 학교에서는 진학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이다. 영역별 가중치와 변환표준 점수 및 등급만으로는 개인의 위상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성적순 한줄 세우기'를 막는다는 게 교육부의 비공개 취지지만 대부분 대학은 여전히 수능 전체 성적으로 뽑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공허한 탁상공론식 원칙론을 고집하지 말고 널뛰기 수능으로 더욱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에게 보다 정확한 입시정보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총점기준 석차를 공개하는 게 바른 방향이다. 반영 여부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다.

아울러 수능시험 체제의 근본적 개선도 필요하다. 불과 20여일의 감금 출제나 고교교사보다 대학교수 위주 출제위원 구성 등은 하루빨리 고쳐야 하고 문제은행제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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