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아르멘 아브랴만 초대 한국 명예총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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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스 지역 한국 외교의 선봉장이 되겠습니다."

지난 25일 카프카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아르메니아 공화국에 문을 연 한국 명예총영사관의 아르멘 아브랴만(45.사진) 초대 명예총영사는 의욕에 넘쳐있었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고산지대인 카프카스 지역 남부에 있는 아르메니아는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나라다. 독립 이후 한때 혼란을 겪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로베르트 코차리얀 대통령 주도로 개혁에 박차를 가해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아브랴만 총영사는 앞으로 한국-아르메니아 외교와 경제협력의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카프카스 지역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홍보 업무도 맡게 된다.

아브랴만가(家)는 아르메니아에서 알아주는 '실세 집안'이다. 5남1녀의 형제들 가운데 두 명이 의회 현직 의원이다. 남자 형제 중 막내인 아르멘 아브랴만은 12년 동안 아르메니아 관세청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얼마 전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새로 시작한 사업으로 정신이 없는 그가 명예총영사 직을 선뜻 수락한 건 평소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남다른 관심과 애정 때문이다. 여기에 모스크바의 대기업인으로 러시아 친한(親韓) 인사들의 모임인 러-한 친선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바로 윗형 아라 아브랴만의 권유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800만 아르메니아인 중 60% 이상이 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난의 역사를 가진 약소국 국민으로서 분단된 한국민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브랴만 형제가 한국민에게 애정을 갖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 카프카스 지역 국가 중 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 등에는 아직 우리나라 외교공관이 없다. "중동에 이어 제2의 원유 저장고로 불리는 카스피해 개발이 본격 추진되면서 이 지역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 아브랴만 총영사의 충고다.

예레반(아르메니아)=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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