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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웃을 한 팀, 월드컵의 신은 알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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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냐. 브라질이냐.’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스페인과 브라질이 우승을 다툴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하지만 2006 독일월드컵에서 만인의 예상을 깨고 이탈리아가 우승했듯 역대 월드컵은 최고의 팀이라고 해서 쉽사리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리는 5개국의 전력을 살폈다. 

스페인 ‘메이저 악몽은 옛말’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메이저 대회에만 나서면 유난히 작아지는 징크스를 보여왔다. 카스티야(마드리드)·카탈루냐(바르셀로나)·바스크(빌바오) 등 지역 감정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터라 ‘스페인’이라는 한 국가로 뭉치면 팀정신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스페인은 지난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공동개최한 유로 2008에서 ‘토너먼트의 달인’ 독일을 결승전에서 누르고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득점왕에 오른 다비드 비야(발렌시아)의 발끝이 매서운 데다 이니에스타·사비(이상 바르셀로나)·파브레가스(아스널)·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미드필드 라인은 어느 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유럽예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두는 경이적인 성적만 봐도 스페인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 가능성은 크다. 최근 아르헨티나(2-1)·프랑스(2-0)와 평가전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다만 핵심 킬러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가 부상 중이어서 회복여부가 관건이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때 기록한 4강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지도자로 꼽히는 델 보스케 감독이 스페인에 첫 월드컵을 안길지 관심을 끈다.

브라질 ‘전 대륙 챔피언’에 도전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이 남아공에서 전인미답의 전 대륙 챔피언에 도전장을 던졌다. 브라질은 유럽(58년 스웨덴)·남미(62년 칠레)·북중미(70년 멕시코·94년 미국)·아시아(2002년 한·일) 등 월드컵이 열린 4개 대륙에서 모두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남아공에서도 우승을 거둔다면 브라질은 그야말로 세계 축구사를 새로 쓴다. 남미 예선에서 9승7무2패로 1위에 오른 브라질의 둥가 감독은 화려한 스타들 대신 정신 무장이 잘 된 신예들로 팀을 꾸렸다. 호나우두를 대신해 남미예선에서 9골을 뽑은 파비아누(세비야)를 내세웠고, 아드리아누(플라멩구)를 대신해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그라피테(31·볼프스부르크)를 발탁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카카(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운영 능력과 호비뉴(맨체스터시티)의 화려한 개인기에다 루시우(인터밀란)가 든든하게 수비라인을 이끈다면 ‘카나리아 군단’ 브라질의 6번째 우승은 먼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늙었다고? 노련한 거지’

유로 2008에서 8강에 머문 이탈리아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다시 불렀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을 이끈 리피 감독은 무리하게 신구교체를 단행하는 대신 독일월드컵 우승 주역이었던 베테랑들을 다시 끌어 모았다. 칸나바로(37)·부폰(33) 그로소(33)·카모라네시(34·이상 유벤투스)·참브로타(33)·피를로(31)·가투소(32·이상 AC밀란) 등 주력 선수들이 모두 서른을 넘긴 노장들이다. 노쇠한 이탈리아를 두고 4년 전보다 전력이 떨어졌다면서 걱정들이 많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탄탄한 수비에 이은 역습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독일월드컵 때처럼 또 한 번 챔피언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큰 경기에 유난히 약한 질라르디노(피오렌티나)와 이아퀸타(유벤투스)가 이끄는 공격이 무딘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 ‘천재 메시를 살려라!’

디에고 마라도나는 86 멕시코월드컵에서 ‘축구의 신’에 등극하며 아르헨티나 우승을 이끌었다. 마라도나가 감독을 맡은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마라도나보다 더 강한 천재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가 뛴다. 남아공월드컵에 나서는 메시의 나이는 24년 전 마라도나 처럼 23세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를 트레블(리그·FA컵·챔피언스리그 3관왕)로 이끌었고, 올 시즌 52경기에서 45골 11어시스트의 경이적인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아르헨티나에는 메시 외에도 이과인(레알 마드리드)·테베스(맨체스터시티) 등 화려한 킬러들이 즐비하다. 다만 본선 진출 좌절의 수렁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4위로 턱걸이한 데다 바르셀로나에서 펄펄 날던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만 들어가기만 하면 평범한 둔재로 추락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스페인 전 이후 올해는 A매치 골이 없다.

잉글랜드 ‘제라드-램퍼드 공존책 찾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는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프랭크 램퍼드(첼시)는 나란히 뛰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소속팀에서 자신 위주로 플레이를 펼치다 대표팀에 오면 역할이 겹치다 보니 오히려 공격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독일월드컵 당시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도 제라드-램퍼드의 조합을 두고 고심했고, 매클라렌 감독은 이들을 내세웠다가 유로 2008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후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공존 비책을 찾아냈다. 램퍼드에게 중앙을 맡기되 제라드를 왼쪽 측면으로 돌리는 방안이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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