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용 열교환기가 새 먹을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삼면이 바다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용 열교환기 선두 주자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1980년 허름한 창고에서 동화엔텍을 세웠을 때, 김 회장이 가졌던 꿈이었다. 동화엔텍은 30년 만에 그 목표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젠 바다가 아닌 육지와 하늘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바탕엔 열교환기 기술력이 있다.

“새로운 항공기용 열교환기가 개발되면 전체 항공기의 열교환기가 일시에 싹 바뀔 수도 있다.”

김강희 동화엔텍 회장은 최근 항공기용 열교환기를 제작하는 일본 스미토모사의 담당자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 동화엔텍이 2007년부터 롤스로이스·부산대와 손잡고 개발 중인 게 바로 이 항공기용 차세대 열교환기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항공기 연료를 20%, 배출되는 질소화합물을 80%, 소음을 50% 줄일 수 있다.

동화엔텍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이 제품의 개발은 중간 단계에 와 있다.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실제 항공기에 장착되려면 2017년은 돼야 한다. ‘우리가 만든 열교환기가 들어간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김 회장의 꿈이 실현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기술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말 점검차 한국에 찾아온 롤스로이스 엔지니어는 “마음에 드느냐”는 김 회장의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히트펌프도 동화엔텍이 기대를 거는 신제품이다. 히트펌프는 공기열·지열과 같은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공장과 가정 등에 냉난방을 하는 장치다. 화석연료 사용과 냉·난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에도 프레온을 쓰는 히트펌프는 시장에 나와 있다. 하지만 자연 냉매인 이산화탄소를 쓰는 제품은 국내에선 동화엔텍이 먼저 내놨다. 이산화탄소 히트펌프는 기름·가스보일러에 비해 열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천연 성분이라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실적이 비슷한 수준에 그치겠지만, 히트펌프 같은 신제품이 본궤도에 오르면 내년부터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 회장과 동화엔텍의 다음 목표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열교환기 전문 업체가 되는 것이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