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총련 중앙본부가 29일 설립 46년 만에 처음 일본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조총련계 조긴도쿄(朝銀東京)신용조합의 횡령사건 때문이지만 이로 인해 북한과의 관계 등 조총련의 자금 흐름이 처음 밝혀질 가능성도 커졌다.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자금 문제가 드러날 경우 조총련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조총련은 "이번 경찰 수사는 북.일관계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최근 해빙조짐을 보였던 북.일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 배경=1990년대 후반 민단계.조총련계 신용조합들의 부도사태가 잇따르자 일본 수사당국이 부실경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이 발단이다.
민단계에서는 도쿄쇼긴(東京商銀)의 김성중(金聖中)전 이사장 등 두명이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조총련계에선 올 들어 조긴긴키(朝銀近畿) 등 10개 신용조합의 경영진 14명이 횡령.검사기피 등 혐의로 구속됐다. 조긴도쿄는 98년 도쿄도의 감사를 받으면서 25억엔의 대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고 99년 결국 파산했다.
경시청이 올해 수사에 나서 조총련 재정국장을 지낸 강영관(康永官)상임위원이 정경생(鄭京生)조긴도쿄 전 이사장 등 다섯명과 함께 95~99년 차명계좌를 개설, 편법으로 8억여엔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냈다.
이 돈 중 상당 부분이 조총련의 대출금을 갚는 데 쓰인 것으로 드러나자 경시청은 康씨가 유용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조총련 핵심부까지 손을 댄 것이다.
◇ 파급 효과=북한과 일본은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과장급 실무회담을 여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북한대표부 역할을 하면서 일본 내 자금줄인 조총련에 대한 수사로 북.일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속 동포수가 10만명 아래로 줄어드는 등 위축돼 온 조총련의 위상은 이번 사건으로 더욱 떨어지게 됐다.
도쿄=오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