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심리학] 9. 음악가 직업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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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성악가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음악가는 없다. 몸이 곧 '악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음악가에 비해 연주가로서의 수명은 짧은 편이다.

피아노 건반을 치는 손가락이나 바이올린 활을 긋는 팔도 음악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악기'나 다름 없다. 그런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 문자 그대로 피나는 고통을 수반할 정도의 연습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레온 플라이셔와 게리 그라프만은 오른손 근육마비로 피아니스트 활동을 접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나친 연습, 즉'과사용 증후군'이라는 직업병 때문에 각각 지휘와 교육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연주자들은 손가락이나 팔.등.목이 아파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선 다소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근육 피로가 누적돼 마비증상이 올 수도 있다. 교향악단 연주자들은 이명(耳鳴) 또는 난청에 시달리기도 한다. 성악가에게 후두 수축이나 성대 결절이 나타나면 연주자로서는 끝장이다.

연주나 연습에 따른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충분한 워밍업과 올바른 자세가 필수적이다. 스트레스나 긴장 상태에서 연습하면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체조건을 고려한 악기 선택도 중요하다. 연주나 오디션을 앞두고 무리하게 연습시간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스트레칭.요가.마사지.휴식.호흡법에서 알렉산더 테크닉.펠덴크라이스 등 다양한 예방법이 나와 있지만 요점은 긴장을 푸는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은 연주 직전 요가로 긴장과 함께 무대 공포증을 해소했다. 연습할 때는 정신을 집중해야 연습 효과를 높이고 연습시간에 따른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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