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권력' 논쟁 극한 대립 치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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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학권력' 논쟁이 극한 대립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계간 『문학동네』가 겨울호(28일 발간 예정)에 '문학과 정치'라는 특집 기획을 마련, 문학 권력 논쟁을 촉발한 문학평론가 권성우씨와 한국 문단을 썩은 정치판에 비유한 강준만씨를 정조준해 집중 비판을 퍼부었다.

강씨와 권씨는 이에 맞서는 『문학권력』이란 단행본을 이르면 다음달 중에 함께 펴낼 예정이다.

지난해 봄부터 벌어진 문학권력 논쟁은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문학동네』 등의 문예지가 상업적 이해관계와 인맥 등으로 한국 문학계에 배타적 권력을 행사하며 수준 미달의 작품을 과찬하는 비평행위를 통해 한국문학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이 논쟁은 지난달 강준만씨가 『인물과 사상』 20호 전체를 '한국 문학의 위선과 기만'이란 부제 아래 '문학권력' 비판으로 채울 만큼 비판하는 쪽이 공세적이었던 반면, 비판당하는 쪽은 수세적 반론이나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문학동네』의 특집은 이 계간지의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남진우.유보선씨가 "더 이상 이런 가짜 논쟁의 해악을 묵과할 수 없다"는 선언 아래 공세적 대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남씨는 강씨를, 유씨는 권씨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남씨는 "문학권력은 비판론자를 자처하는 사람에겐 명백하게 현존하는 실체지만 그와 반대되는 입장의 사람에겐 비판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10년 전에는 『문학동네』가 존재하지도 않았듯 문학의 역사는 상이한 개성과 지향성을 가진 개인과 집단의 끊임없는 이합집산에 의해 형성돼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강준만씨의 최근 행태를 "정치판 언저리에서 정육점을 경영하고 있던 사람이 병원 수술실에 쳐들어와 전문적 지식과 숙련이 요구되는 심장 수술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비유했다.

이어 강씨가 자신이 비판한 이인화씨를 높게 평가한 한 문학평론가에 호의적 태도를 보인다거나 미당 비판을 위해 정치적 행태가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김춘수 시인을 이용한다며 "(그런 줄도 모르고)벼락치기 공부하는 수험생의 핏발 선 눈동자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 후 거짓말하지 말고, 되지도 않는 얘기도 자꾸 하면 사실이 된다는 환상을 버리고, 벼락치기 공부를 통해 다 알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고, 어설프게 아는 것을 자랑하려 하지 말라는 '충고'를 건네고 있다.

유씨는 권성우씨의 비평이 '매혹의 비평'에서 '자해(自害)의 비평'으로 나아갔다고 규정한 뒤 "권성우의 '문학권력' 비판은 이처럼 문학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문학성에 관한 논의를 도저히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워낸다"고 비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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