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법원 "대선 결과 발표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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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선거부정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대통령선거 결과 발표를 금지한다고 25일 발표했다. 한편 폴란드.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이번 대선 부정 시비를 해결하려는 중재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폴란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은 26일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를 방문,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출국에 앞서 "쿠치마 대통령은 물론 우크라이나 야당 측으로부터도 중재를 부탁받았다"며 "EU가 이번 중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레흐 바웬사 폴란드 전 대통령도 25일 키예프에 도착했다. 그는 친(親)러시아파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와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를 만난 뒤 "두 후보 모두 현 사태 해결을 위한 회담에 참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역사적.지리적 배경 때문이다. 한때 소련에 의해 점령됐던 폴란드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에서 친 러시아 정권이 출범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 같은 폴란드 측의 중재 노력 뒤에는 정당한 방법이면 몰라도 부정선거를 통해 야누코비치 총리가 집권하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5일 폴란드 의회가 "우크라이나는 자유선거를 존중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EU도 열심이다.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 대표는 2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쿠치마 대통령과 야누코비치 총리, 유셴코 후보와 긴급회담을 한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신임 EU 집행위원장도 "현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순번제 의장국인 네덜란드 얀 페테르 발케넨데 총리도 평화적 해결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 승리를 주장하는 야누코비치 총리는 25일 "서방 국가들이 반민주적.불법적인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25일 성명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선거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말아야 하며, 이와 관련된 다른 어떤 행위도 금지한다"며 "유셴코가 제기한 부정선거 관련 소송에 관한 조사가 29일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대변인은 "우리가 결론에 이르기 전까지는 선거 결과가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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