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뷰] MBC PD수첩 '수능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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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시사프로그램은 사회적인 이슈를 재빠르게 포착해서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제 맛이 있다. 상충되는 주장들로 엉켜있는 논란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문제의 성격을 명확히 해주는 것도 시사 프로그램의 몫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 23일 방영한 MBC의 PD수첩(밤 10시55분)은 이슈에 대한 대안은커녕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조차 정리가 돼 있지 않아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프로그램의 애초 취지는 '수능 쇼크'를 둘러싼 문제를 다루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프로의 초반은 올해 예고도 없이 어렵게 문제가 출제되는 바람에 고생했다는 수험생들의 목소리와 현장의 반응을 담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내용들은 이른바 이해찬 세대로서 자신의 특기와 효행 등으로 특차 입학한 학생의 사례, 자립형 사립고-민족사관학교의 사례-수준별 수업의 장단점-제7차 교과과정 수정을 촉구하는 교사들 목소리-2005년 대입제도 개편 공청회 등의 내용을 차례로 내보냈다. 나열된 항목에서 보듯이 도대체 무슨 주장을 펴겠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 항목들은 각각을 60분짜리 프로그램으로 별도 편성해도 제대로 짚어질까 말까 한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안들이다. 이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다루다보니 종잡을 수가 없게 돼 버린 것이다.

프로그램 말미에 결론 삼아 한 말은 이렇다. 다양한 적성 교육을 통해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 지당한 주장이지만 프로그램의 구성은 이런 결론이 설득력을 얻을 만큼 논리적으로 짜여 있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주장이 전혀 없는 그 같은 '구름잡기 식' 결론은 시사 프로그램이 취할 태도와도 거리가 멀었다. 적어도 시청자들이 기대한 내용은 '올해 수능 같은 출제방식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아닌가''이해찬식 개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대안으로 떠오르는 자립형 사립고 같은 시스템은 바람직한가' 등이었을 것이다.

결국 문제를 초점없이 진열대에 풀어놓기만 하는 바람에 수험생들의 갈증이나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책당국자들을 각성시키는 데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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