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분양 '나홀로 두둥실'… 거품많다 지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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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부산에 사는 김선자(51)씨는 최근 난생 처음으로 아파트분양권을 전매해 5백만원을 벌었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분양한 롯데낙천대 아파트 26평형 로열층에 당첨된 뒤 곧바로 판 것이다.

입주 때까지 미분양이 남아돌던 부산 지역에서 분양 초기부터 프리미엄이 붙다니, 金씨로서는 이익을 남기고도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분양 시장이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 수도권에서나 볼 수 있던 떴다방(이동중개업자)이 부산에도 나타났을 정도다. 부산 뿐 아니다.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과 영남.충청권 등지에서도 새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에서 달궈진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지방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말 이후 기존 아파트.분양권 시장은 위축되면서 일부 가격 하락 조짐마저 보이고 있지만 신규 분양시장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9차 서울지역 동시분양에서는 평균 21대 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존 주택과 새 아파트의 차별화라는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들이 분양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놓고 전문가들도 딱 부러진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다.

◇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분양시장=주택시장 안팎을 보면 분양시장이 활기를 띨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가장 강력한 재료는 저금리다. 분양가가 올라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도 떠도는 자금이 갈 만한 별다른 출구가 없어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의 경우 다른 투자상품과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작다는 점도 투자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당첨만 되면 몇 백만원이라도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는 데다 웃돈이 안붙으면 계약을 포기하면 된다.

주택정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분양권 전매 허용▶청약통장 가입 규제 완화▶신규 주택 구입시 세금 감면 등의 조치는 분양시장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주택청약통장 가입규제를 푼 것이 시장 열기를 더하는 요인이 됐다. 새로 통장 만들기가 쉬워져 청약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분양 열기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새 아파트와 분양권 가격이 계속 오르고, 기존 집값은 뒤따라 오르는 줄다리기식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소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이주수요, 선거와 월드컵,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담겨 있다.

◇ 분양열기, 언제까지 이어질까=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요즘 분양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신규 주택시장의 디딤돌인 기존 아파트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는 한 분양시장도 언제 사그라들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로 ▶경기침체로 국민소득이 늘지 않고 있고▶분양가 상승으로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는데다▶올해 집값이 11% 가량 오른 점 등을 꼽는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불안한 구석도 많다"며 "분양 열기가 분양권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고 거래 양태가 단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김용순 연구위원은 "분양 시장만 낙관하기에는 각종 경기 지표가 너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분양 시장의 열기는 지속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저금리, 정부의 주택정책, 새 아파트 교체수요 등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란 것이다.

부동산114 이상영 대표는 "일부 투기수요가 있긴 하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여윳돈이 분양 시장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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