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세자빈 출산 앞두고 왕위계승 논의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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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마사코(雅子.37)일본 왕세자빈이 출산하는 '로열 베이비'가 아들일까, 딸일까.

일본에서는 마사코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출산할 예정인 아기의 성별(性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아키히토(明仁)일왕의 뒤를 이을 나루히토(德仁.41)왕세자 부부가 결혼한 지 8년 만에 첫 아이를 갖게 되자 일본 열도는 '로열 베이비'열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열기는 왕세자가 아기를 낳을 때마다 있어 왔지만 올해는 '여성의 왕위계승권'문제와 맞물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 왕실규범은 남성만이 왕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왕 아키히토를 제외한 왕실 내 남성은 7명으로 왕위계승 순위가 정해져 있다. 왕세자가 1위, 왕세자 동생이 2위 등이다.

마사코가 왕실에서는 36년 만에 아들을 낳으면 이 아들은 왕세자 동생을 제치고 왕위계승권 2위에 오르게 된다. 딸이면 왕위계승권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4월 마사코의 임신이 알려진 이후 정치권에서 여성의 왕위계승권을 인정하도록 왕실규범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데 있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간사장이 주장하고 나서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민주당 당수가 "좋은 생각",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호응하고 나섰다.

자민당 헌법조사회는 22일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찬성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 실현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타큐슈(北九州)시의 주부 히로오카(廣岡)는 "첫 자식이 왕위를 계승한다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여성의 왕위계승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종문(金鍾文)주일 한국문화원장은 "직계가 우선이기 때문에 여성의 왕위계승권이 인정되면 딸이라도 왕세자 다음의 왕위계승권을 갖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현재 결혼하면 여자가 남자성을 따르는 제도를 개선, 부부가 각자 성을 갖도록 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어 여성의 왕위계승권이 인정될 경우 일본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왕실 역사상 여성 천왕은 1천여년 전에 8명이 있었다. 또 19세기 후반과 1975년 세계부인의 해에 여성의 왕위계승권 인정 논의가 있었으나 남존여비 분위기에 밀려 흐지부지됐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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