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검사 충원 방법 다양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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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검사는 기소 전 단계에서 범죄 혐의자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는다. 수사의 개시는 고소·고발뿐만 아니라 인지에 의해서도 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수사해 기소할 수도 있고 반대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히 검찰의 기소권이나 수사권이 정치적 외압이나 정무적 판단, 그리고 뇌물이나 학연·지연 등에 의해 왜곡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최근 검찰비리를 차단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상설 특검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독립적 수사가 가능하고 사안마다 따로 입법할 필요가 없어 신속하게 수사 착수가 가능하지만 전문수사기관에 비해 수사 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밀착 감시로 비리 근절의 효과가 크고, 특히 검찰에 대한 비리수사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행정부에 두고 국무총리의 감독을 받도록 한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 제도를 운영하다 보면 결국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며, 공수처에 대한 감시와 감찰은 또 누가 할 것이며, 과연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이 든다. 시민의 기소결정참여제도는 검찰의 기소권을 시민이 직접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기소 여부 결정에만 참여하므로 수사 과정의 감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검찰이 기소의 정당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몇 가지 제도를 만들고 개편한다고 해서 검찰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수사기관을 설치하고 검증되지 않은 제도들을 신설하는 것보다는 검찰의 조직문화와 인사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고 중요하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검찰의 조직문화를 개편하지 않는 한 구조적 비리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검사가 되는 길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후 검찰에 임용되는 것이 유일하다. 물론 개방형 채용제도를 부분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나 말이 개방형이지 지원자 전부가 변호사이고, 특히 이들 중에는 검찰생활을 하다가 변호사가 된 자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법연수원 또는 특정 몇몇 대학의 선후배 및 동기로만 구성돼 있는 조직에서 상호 견제와 감시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법원 또한 마찬가지다. 법무부 감찰관과 대검 감찰부장이 개방형 직위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 운영은 여전히 검찰의 손에 있다.

검찰의 진입 기회를 군대나 경찰처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끼리끼리 조직문화가 청산될 수 있다. 아울러 진입 이후 인사관리에서도 외부적 감시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검찰인사위원회가 법무부 장관의 자문기관에서 심의기관으로 격상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외부 인사의 참여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검찰이나 법조인 출신의 법학교수·변호사 등이 외부 인사로 참가하는 것은 객관성의 담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 인사의 실질적인 참여에 의해 검찰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고 인사제도의 투명성이 제고돼야만 양심에 따라 소신 있게 행동하는 참다운 일선 검사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검찰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은 검찰이 철저한 자기개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해 왔다.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스스로 자기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검찰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개혁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